예배 중에 전체 교인 앞에서 선교 비전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청소년 시절 친구들과 함께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새내기 대학생 H는 자신이 얼마나 죄인인지를 깨닫고 구원을 받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첫 단기선교를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단기선교를 다녀온 후 H가 교회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청년부 예배가 끝나고 밖에서 서성거리는 그를 붙잡고 대화를 시도했다. “너 단기선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아뇨!” H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지난번에 전 교인 앞에서 간증할 때 우리 모두 감동받은 거 기억하니? ” H가 약간 귀찮다는 듯 말한다. “제가 좀 격정적인 스타일이라서요.”
J는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 집안의 모태 신앙인이다. 대학도 기독교 재단의 학교로 진학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교회 생활을 하던 그가 기독교 대학에서 신앙을 잃었다. 학교에서 신앙에 근거한다는 정책이 차별적이고 위선적이라 반발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캐나다 유학 중 힘들고 외로워 인근 한인 교회를 찾아갔다. 교회에 가서 한국 사람도 만나고, 한국 음식도 먹고 싶었다. 젊은이가 거의 없는 30명 남짓 출석하는 이 작은 교회는 직접 자기 발로 찾아온 J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자신과는 세대가 다른 어른들의 배려와 돌봄에 J는 교회를 다시 출석하게 됐고 귀국 후에도 신앙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필자가 직접 사역자로서 경험하고(H), 인터뷰를 통해 들은 이야기(J)다. 이 두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 사례들은 다음 세대 전도와 관련된 주요 과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낸다. 그것은 감정과 경험을 넘어서는 변증적 양육과 공동체적 환대의 중요성이다. 이 두 가지는 복음과 교회라는 신앙의 핵심 표현과 직결돼 있고, 다음 세대로의 신앙 전수를 위해서 우리가 제공해야 할 지적, 영적, 사회적 보호막이기도 하다. 

전도의 대상인 다음 세대

저명한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먼은 그의 책 Biblical Perspectives on Evangelism(전도에 관한 성경적 관점)에서 세 종류의 전도 대상을 말한다. 첫째는 아웃사이더가 인사이더가 되는 것이다. 이방인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 또는 교회 밖 불신자가 교회 안 신자가 되는 것이다. 둘째는 언약을 잊어버린 자들이 언약을 기억하는 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교회 내 명목상 신자가 진정한 신앙인이 되는 것에 해당한된다. 셋째는 사랑스러운 자녀가 믿음의 성인으로 자라는 것이다. 부모의 신앙고백에 의거해서 유아 세례를 받았거나, 아니면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다닌 이들이 성인으로 자라면서 부모의 신앙에 동의하는 과정도 중요한 전도의 사역이다.¹

현재 부모를 따라 교회에 나오는 믿음의 자녀들도 앞으로 성인이 되면 신앙에 관한 주체적 선택을 해야 한다. 50년 전 1차 로잔대회는 ‘미전도 종족’이라는 개념을 발표한 바 있다. 미전도 종족이 분포된 지역을 위해서 기도하고 선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10/40 창’이라는 개념이 나왔다.² 하지만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심지어 모범적인 교회 성장의 사례로 꼽히는 한국도 기독교 교세의 감소와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미전도 세대’라는 개념이 부상했다. 대다수 크리스천이 4살부터 14살 사이에 신앙을 갖기 시작한다는 통계를 근거로, ‘10/40 창’에서 ‘4/14 창’을 통해 선교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세워졌다.

다음 세대의 영적 기후 위기

한국 교회 10-20대 복음화율이 3-5%라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하지만 통계적 근거가 분명치 않다. 물론 복음화율의 의미를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한 진정한 그리스도인을 일컫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성인 크리스천 중에서도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30%에 달하고, 구원의 확신 없이 형식적인 신앙에 머무르는 명목상 신자가 교인 중 40%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세대의 복음화에 대해서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발표한 2023년 국민 종교 분포 및 현황에 의하면, 20대의 개신교 인구는 9%, 중고생 개신교인은 14%로 나온다. 여기서 중학생 중 개신교인은 17%인 반면, 고등학생 중 개신교인은 10%로 나타난다. 다음 세대 크리스천이 성장하는 가운데 신앙 이탈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이전 조사와 비교할 때, 20대는 크리스천 비율이 2017년의 19%에서 9%로 무려 10%가 감소했다.³ 하지만 비종교화 현상은 개신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불교 4%, 천주교 2%). 유독 개신교에서만 다음 세대가 신앙을 떠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중고생 가운데 1위 종교가 개신교다(개신교 14%, 불교 8%, 천주교 6%). 교회 밖 다음 세대 중 누군가가 영적 갈급함을 느끼며 도움을 구할 때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개신교인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음 세대 전도는 중요하면서도 도전적인 과제다. 
한편 다음 세대의 부모 역할을 하는 3040세대의 신앙과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 3040세대가 자녀에게 자주 가르치는 교육 영역을 보면 신앙 교육은 17%로서, 인성 교육(63%), 지성 교육(39%), 진로 교육(25%)보다 훨씬 낮았다. 이 문제는 다음 세대 부모만의 잘못은 아니다. 이들이 신앙 교육에 소극적인 주요한 이유는 어떻게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⁴

최근에 발표된 《한국 교회 진단 리포트》에 의하면 이러한 현실이 재차 확인된다. 기독 청소년들은 자기들 신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이들로 당연히 부모님을 꼽는다(44.4%). 반면 고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가진 개신교인 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 중 교회, 성경, 신앙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비율은 5.3%에 불과하다. 신앙 전수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력에 부응하는 충실함이 현저히 낮은 것이다. 기독 청소년의 63.5%만이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 교회 출석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⁵
이러한 통계를 고려할 때, 현재 신앙 전수의 과제에 위기 징후가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희망의 징조 또한 존재한다. 교회에서 자녀 신앙 양육을 위한 교육을 제공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부모는 87.3%에 이른다. 교회와 부모가 다음 세대를 위한 전도와 신앙 양육에 협력하고 헌신한다면 자녀들이 “그들의 소망을 하나님께 두며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을 잊지 아니하는”(시 78:7) 세대로 자랄 수 있다. 

다음 세대 전도를 위한 보호막

기독교가 전파된 어느 사회에서나 세대가 지날수록 신앙이 관성화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교회에 다니는 것이 기본 값이 되면 어느덧 신앙은 형식화된다. 더구나 오늘날 세속주의와 인본주의적 가치가 지배적인 문화가 되면서 기독교 신앙은 현대인의 공적인 삶에서 주변부로 밀려난다. 게다가 세대를 거치면서 신앙적 열정이 점차 식어 가고, 신앙을 전수해야 할 부모 자신의 신앙이 명료하게 정립되지 않는다. 개인의 선택과 취향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 문화에서 부모가 크리스천이었다고 해서 자녀들도 자동으로 크리스천이 되지 않는다. 신앙의 전수는 당연한 과정이 아니라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과제다.

교회의 다음 세대를 위한 전도는 신앙으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교회와 부모는 서로 협력하여 자녀의 신앙 여정이 예수 그리스도께로 온전히 향하도록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여기서 회심 연구의 권위자인 루이스 램보의 보호막 이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종교적 회심 여정을 ‘상황-위기-탐구-대면-상호교류-헌신-결과’ 7단계로 서술하는데, 상호교류(interaction)에서 헌신(commitment 전도의 용어로 하면 ‘결신’에 해당)으로 이르는 데 있어서 보호막 효과가 있다고 본다.⁶ 이 보호막이란 신앙을 탐구하고 추구하는 잠재적 회심자의 과정을 강화시키고 지지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한다. 보호막은 사회적, 지적, 정서적, 행동적인 유형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필자는 이 가운데 다음 세대 신앙 전수에 요구되는 세 가지 보호막으로 지적, 영적, 사회적 보호막을 제시한다.

1.    지적 보호막: 변증적 양육
오래전, 필자가 중학생이었을 때였다. 역사 선생님이 지금의 이스라엘 땅은 원래 팔레스타인 사람들 것이었다고 하셨다.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이 2000년이나 그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내쫓은 것이라 부당하다고 하셨다. 그러자 몇몇 학생이 이의를 제기했다. “선생님, 아니에요. 그 땅은 원래 이스라엘 사람들 거예요. 성경에 나와요!” 그러자 선생님이 “아무리 그래도 2000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았던 곳인데 그게 어떻게 이스라엘 땅이 될 수 있니?”라고 반문하셨다. 그러자 다른 학생이 “선생님, 그 이야기는 성경에 나와요. 하나님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주신 땅이에요.” 성경과 이스라엘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나도 한마디 거들고 싶었는데, 선생님은 더는 언급하지 말자고 하시며 수업을 끝냈다. 

그때 내가 놀라웠던 것은 선생님의 ‘반 이스라엘적’(?) 역사 해설에 반론을 제기한 친구들이 모두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성경과 기독교에 대한 공유된 의식이 있었다. 여름 성경학교에 안 가 본 아이들을 거의 볼 수 없었으며, 문학의 밤은 청소년 또래가 거의 유일하게 누리는 문화적 해방구였다.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 경건하고 착한 이미지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세련된 분위기도 풍겼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 사이에서 크리스천이란 존재는 낯설어 보인다. 한 청소년 사역자는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은 외계인 취급받는다고 한다. 단지 사회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가 낮아서만이 아니다. 진화론에 기초한 과학과 인본주의적 인간관은 지배적인 사유가 됐다. 믿음의 자녀들은 비기독교적 사상의 거센 풍랑과 맞서야 한다. 아니, 이미 인본주의적 세계관에 포섭돼 자신들의 신앙적 가치에 대한 확신도 이해도 없이 풍랑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리고 있다.

그렇다면 믿음의 자녀들을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과제는 그들이 믿는 신앙에 대한 변증이라 할 수 있다. 본래 기독교 변증은 신앙을 갖는 데 장애가 되는 것들을 제거하고 성경과 기독교 신앙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변증은 불신자를 위한 지적인 전도 사역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기독교 변증에는 신앙이 있으나 명확하지 않은 이들에게 신앙을 명료하게 이해시키며 강화시키는 목적도 있다. 

믿음의 자녀들이 자라는 환경은 예전과 달리 신앙을 견지하기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이를 위해서 교회는 다음 세대에게 기독교 신앙의 지식을 전수하는 사역에 의도적으로 역점을 둬야 한다. 기독교 변증은 어렴풋하게 전달됐던 신앙을 명료하게 확증시킨다. 회심 과정에서 지적 보호막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앙의 근본 토대는 열정에 앞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다(롬 10:2). 다음 세대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재미와 감동은 무척 중요한 키워드다. 그러나 신앙의 바른 지식을 대체할 수 없다. 최근 젊은이 사역으로 주목받는 한 교회의 목회자도 교회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청년들을 잡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며, 그들의 고민과 질문에 복음으로 답하는 변증적 설교와 목회를 강조한다.⁷

지적 보호막을 제공하는 한 가지 실천은 세례 및 입교 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형식적인 문답 교육이 아니라 복음에 대한 바른 지식과 공동체적 친교를 나누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체계적인 기독교 소개와 친교는 알파코스(Alpha Course)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를 참고해서 청소년을 위한 세례 교육을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입교식은 너무 간단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의 신앙고백을 되새기고 자녀들이 직접 동의하는 사전 교육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가질 수도 있다.⁸

2.    영적 보호막: 영적 경험과 추억
성인이 돼서도 신앙을 지속하는 이들은 어린 시절 교회를 다니면서 만족스러운 영적 친교, 유의미한 설교, 감응이 있는 예배와 음악, 최고의 사역이나 봉사를 경험한 적이 있다. 또한 그들은 부모의 회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⁹ 다음 세대 전도를 위해서 필요한 또 하나의 보호막은 이러한 영적 경험과 추억이다. 실제로 교회학교 부흥 사례로 꼽히는 한 교회는 ‘영적인 추억 심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 교회의 목사는 교회 아이들을 데리고 특별 새벽기도회를 했는데, 그 자신이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새벽기도회에 갔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새벽기도회는 상황에 맞게 발전해서 가족과 함께 새벽을 여는 시간이라는 의미의 ‘새여시’가 됐는데, 가족들이 나와서 설교를 듣고 아침 식사를 하며 설교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앞서 통계에 나타난 것처럼 가정에서의 신앙에 관한 대화가 극히 빈곤한데, 교회에서 부모와 자녀가 신앙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¹⁰

다음 세대의 영적 욕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그들도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를 갈망하는 영적 존재다. 필자가 교육 목회를 할 당시, 동역자들과 함께한 개신교 영성수련원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수련원에는 ‘미로 기도’(labyrinth)라 불리는 걸으면서 기도하는 묵상 코스가 있었다.¹¹ 그리고 얼마 뒤에 여름 성경학교가 열렸는데, 그때 초등부 담당 전도사가 영성수련원에서 체험했던 미로 기도를 아이들을 위한 사역에 적용했다. 야외 시설이었던 미로 기도를 축소된 형태로 큰 천에 인쇄해서 아동부실 바닥에 깔았다. 아이들은 천으로 만든 미로 기도 코스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중간중간 기도 지점에 멈춰서 기도하는 방식이었다. 기도 코스를 밟는 동안 각 지점마다 교사들이 안내를 했으며, 코스를 다 밟은 아이들은 벽에 있는 기도 나무 게시판에 포스트잇으로 자기가 드린 기도를 써서 붙였다. 아이들의 기도문을 둘러보면서 가족과 친구를 위해서 하나님께 간구하는 그들의 영적 진심을 보고 필자가 받았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른들에게도 소개할 자신이 없던 미로 기도를 아이들이 착실하게 실행했던 것이다! 거기에 무슨 예능적 요소는 가미되지 않았다. 진지하고 의미 있는 영적 교감이 가득했을 뿐이다. 

3.    사회적 보호막: 환대
다음 세대 전도를 위해서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은 사회적 보호막이다. 기독교 가정과 교회의 아이들은 성인에게 속한 부속적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신 손님이다. 그들을 잘 돌보고 양육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야 한다. 따라서 교회와 신앙의 부모는 그들을 환대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환대는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영적으로 양육하겠다는 의도로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를 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교회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 교회와 신앙에 관해서 아이들이 제기하는 의문과 비판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으로 대한다면, 이는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며 결국에는 신앙에 더욱 긍정적이 된다. 다음 세대를 환대한다는 것은 그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로 신앙 전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믿는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에 상호존중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곳에서의 신앙의 전수가 효과적이라고 한다.¹²

기독교 가정의 아이들도 자라면서 신앙에 대해 의심하며 영적 방황의 시기를 겪을 수 있다. 이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물론 여기에는 진통이 따르며 심지어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다녔던 교회를 떠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고든 스미스는 모태신앙 자녀들의 회심은 주체적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연결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신앙의 방황을 하는 시기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자기만의 어른다운 신앙으로 나아가는 필수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¹³ 이러한 시기에 부모가 아이들을 존중하고 기다려 주는 것뿐 아니라, 신앙 공동체의 다른 영향력 있는 어른들의 축복과 격려는 더욱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세대의 신앙 형성은 그들 부모만의 몫이 아니라 교회와 다른 구성원들이 공동의 책임을 지녀야 하는 과제이다. 

이러한 신앙 공동체의 영적 격려와 돌봄은 비기독교 가정 아이들에게는 더욱 절박한 도움이다. 기독교 가정의 자녀들은 전도의 대상일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이 전도자가 되기도 한다. 가장 자연스럽게 전도가 일어나는 경로 중 하나는 믿음의 자녀들이 믿지 않는 그들의 친구들을 전도하는 것이다. 비기독교 가정의 자녀들은 자신들의 가족을 비롯해서 더 많은 이를 전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따라서 교회는 비기독교 가정의 자녀들을 각별하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성인이 돼서도 신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믿음의 자녀들에게 제공하는 수준과 동등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면 교회 밖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다각도의 시도를 해야 하지만, 오늘날 상황을 볼 때 한 가지 긴급한 과제가 있다. 현대사회의 격차 문제는 다음 세대 미래에 큰 변수로 작동한다. 부모가 갖춘 경제적, 문화적 자본에 의해서 아이들 개개인의 미래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공공정책학 교수인 로버트 퍼트넘은 과거에는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도 주변의 권고를 받고 대학에 진학해 건강하고 책임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가난한 계층의 자녀들은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야 하며, 소외되고 희망 없는 삶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제 그러한 정서는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¹⁴

부의 양극화로 소외 계층 자녀들은 동등한 생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이 현상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점점 냉혹해지는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가 직면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이것은 이웃을 섬기는 교회의 책임이자, 교회 밖 어린이와 청소년을 향한 전도의 기회일 수 있다. 교회가 지닌 물적, 인적 자원으로 소외된 교회 안과 밖의 다음 세대를 환대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설령 그들이 도움을 받고 바로 교회에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환대를 그들에게 소중한 영적 추억의 씨앗으로 심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불신자로 의식하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삶의 어려운 순간에 그 추억을 되새기며 언젠가 하나님께로 돌아올 수 있다. 교회 안에 있든, 교회 밖에 있든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돼야 할 ‘우리 아이들’이다. 교회는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엡 1:23)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이다.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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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alter Bruggemann, Biblical Perspectives on Evangelism(Abingdon, 1993), p. 94.
2)    현재 한국의 개신교인 2000명에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초 신앙을 갖는 시기는 모태신앙인이 29.5%이고, 여기에 초등학교 또는 그 이하(28.5%)와 중학교(8.3%)를 합하면 64.3%가 만 14세 즈음인 중학생 이전으로 나온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 2023》(대한기독교서회, 2023), p. 114.
3)    http://www.mhdata.or.kr/bbs/board.php?bo_table=gugnae&wr_id=108
4)    http://www.mhdata.or.kr/bbs/board.php?bo_table=gugnae&wr_id=116&page=3 
5)    지용근 외, 《한국 교회 진단리포트》(두란노, 2025), pp. 107-114.
6)    Lewis Rambo, Understanding Religious Conversion (Yale University Press, 1995), p. 123 이하.
7)    https://www.kosi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975
8)    세례와 입교 교육을 좀 더 의미 있게 실행할 수 있는 사례와 제안을 위해서는 다음 책을 참고하라. 김홍연, 《세례 ·입교 교육의 이론과 실제》(쿰란출판사, 2007).
9)    김선일, 《모든 사람을 위한 가족 전도》(새세대, 2016), pp. 161-162.
10)    김영수, 《세 교회의 교회학교 부흥 이야기》(CLC, 2023), pp. 46-49.
11)    미로 기도(labyrinth)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를 참고하라. “골짜기에 세운 묵상의 터, 순례자를 품다”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4103
12)    Vern Bengston, Families and Faith (Oxford University Press, 2017), p. 168. 
13)    고든 스미스, 《온전한 회심, 그 일곱 가지 얼굴》(CUP, 2012), p. 402.
14)    로버트 퍼트넘, 《우리 아이들》(페이퍼로드, 2017), p.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