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놀라운 일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다. 하나님이 인간으로 오신, 하늘의 자리를 버리고 땅으로 오신, 주인이 종으로 오신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탄은 역설이다. 이 역설이 우리의 구원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와 같이 되시고, 우리의 죄 값을 대신하시고, 우리와 거주하기 위해 그분이 오신 날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 날을 인간들의 축제로 변질시켰다. 연인들의 날로 바꾸고 선물 꾸러미로 대체했다. 성탄의 참된 의미, 본질을 묵상하기에 적합한 영화 3편을 소개한다.

1.    〈위대한 탄생〉(2006)
감독 : 캐서린 하드윅
주연 : 오스카 아이작, 케이샤 캐슬 휴즈

영화 〈위대한 탄생〉은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예수님은 약 2천 년 전 로마 제국이 온 세상을 통치할 때 유대 땅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셨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는 어쩔 수 없는 역사적, 시공간적 간극이 있어 당시의 문화와 분위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위대한 탄생〉은 그런 우리에게 나름의 역사적 고증을 통해 그 시대의 분위기를 알려 준다는 장점을 지녔다. 물론 영화의 내용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대의 사회, 문화,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영화는 예수의 모친 마리아에게 집중한다. 마리아가 성령의 음성을 듣는 자, 친척 엘리자벳을 찾아가는 것, 그녀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 등을 영상화했다. 당대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당시는 오늘날과 같은 익명성의 사회도 아니었다. 마리아가 살았던 곳은 작은 마을이었고, 온 마을이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집성촌이었다. 어느 집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훤히 아는 시대였다. 그러한 때에 처녀의 몸으로 잉태를 했으니, 그녀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이 같은 마리아의 고뇌, 당시 주변 인물들의 반응, 그녀에 대한 비난이 인정으로 돌아서기까지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또한 마리아와 정혼한 남자인 요셉의 혼란도 잘 보여 준다. 약혼녀가 아이를 가졌으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으로서의 고뇌, 분노, 당혹감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성경을 너무 쉽게 읽기에 그 행간에 담긴 감정, 분위기, 혼란을 간과하기 쉽다. 영화는 성령의 음성을 듣고 그녀를 받아들이기까지 요셉의 마음 상태를 잘 보여 준다.

아울러 동방으로부터 온 박사들의 내방, 헤롯의 반응, 헤롯 군사들의 만행을 스크린 속에 펼쳐놓는다. 영화는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데리고 피난가는 생생한 현장도 보여 준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그 느낌, 분위기, 위기를 잘 드러낸다. 

영화 〈위대한 탄생〉은 아기 예수의 탄생이 그저 몇 줄의 성경 기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긴박하고 극적인 스토리라는 것, 그러하기에 더욱 위대한 스토리이며, 우리의 구원 이야기임을 잘 보여 준다. 그로 인해 간과하기 쉬운 성탄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되며, 영화를 통해 접하게 되는 긴박감은 우리로 더욱 성탄에 대해 감격하고 감사하게 한다. 이 영화를 통해 그 현장으로 들어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크리스마스에 날아갑니다〉(2020)
감독 : 마틴 우드
주연 : 알렉산더 루드윅, 캣 그레이엄

영화 〈크리스마스에 날아갑니다〉는 남태평양에 있는 한 섬의 미 공군 기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이 기지에서 근무하는 앤드류 대위와 조종사들은 섬에 물자를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해마다 성탄이 되면 특별한 일을 진행한다. 기지에 있는 동료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간단한 약품, 문구, 간식 등을 담은 상자들을 준비해서 기지 인근의 섬 마을을 돌며 선물들을 투하한다. 이 작은 섬 마을의 환경은 열악하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물도 부족하다. 학교도 없고, 상점도 없다. 아이들은 제대로 공부할 수 없고, 간식 같은 것을 맛보기도 어렵다. 

어느 날 상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에리카 밀러가 이 기지에 파견됐다. 에리카의 상관인 브래드포드 의원은 국방위 소속이다. 그녀는 미군의 해외 파병을 축소하려 하고 있고, 그 첫 번째로 이 공군 기지를 폐쇄할 계획이다. 에리카 보좌관은 이 일을 위한 현장 조사차 온 것이다. 에리카는 기지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보고서를 작성한다. 목적은 이 기지의 무용성을 알려서 기지를 폐쇄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영화는 성탄 선물을 섬에 투하하려는 앤드류 대위와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저지하려는 에리카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엄밀하게 말하면 미군 소속의 수송기를 정규 작전이 아닌 곳에 사용하니 불법이다. 에리카는 이 일을 빌미 삼아 앤드류 대위를 징계하고 이어 기지를 축소하려 한다.

앤드류는 섬 마을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한다. 징계를 당하고 심지어 군복을 벗는 일이 있어도 아이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가 없다. 아이들의 눈빛, 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이 눈에 아른거린다. 앤드류는 법보다 사랑을 택한 것이다. 반면 에리카의 입장은 사랑보다 법, 규정이 우선이다. 이렇게 영화는 법과 정의, 혹 규정과 박애 사이의 긴장을 다룬다.

성탄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하나님이 인간으로 오신 것은 죄인인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한 자기희생이다. 법적으로는 영원한 죽음,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우리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신 것이다. 결국 법보다 사랑이며, 원칙보다 박애다. 성탄은 그런 날이다. 하나님이 자신이 정한 법을 넘어서 사랑을 보여 주신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최고의 선물, 최고의 사랑을 보여 준 날이다. 그 사랑을 아는 우리도 성탄절만큼은 이런 사랑을 실천하면 좋겠다. 너무 따지지 말고 원칙을 강조하지 말고 사랑과 사랑의 선물을 나누면 좋겠다. 그것이 성탄의 참된 의미이기 때문이다.

3.    〈크리에이터〉(2023)
감독 : 가렛 에드워즈
주연 : 존 데이비드 워싱턴, 젬마 찬, 와타나베 켄, 매들린 유나 보일스

멀지 않은 미래, 미국 LA에 핵폭탄이 터졌다.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일은 인공 지능 로봇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국방부는 인공 지능 로봇과의 전면전을 선언한다. 무엇보다 인공 지능 로봇을 설계한 자인 니르마타¹를 찾아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 특별 임무에 조슈아 병장이 투입된다. 조슈아는 니르마타의 근거지로 예상되는 마을에 잠입하고 거기에서 마야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특수 부대가 쳐들어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마야는 생명을 잃는다.

실의에 빠져 있는 조슈아에게 앤드류 대령이 찾아오고 마야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마야는 니르마타의 측근이며 그들은 인류를 멸망시킬 가공할 무기인 AI 로봇을 개발 중이라고 전한다. 마야를 살리고 싶다면 니르마타를 제거하고 그들이 개발 중인 로봇도 제거하라는 명령을 조슈아는 받아들인다. 조슈아는 다시 한 번 이들의 본거지에 침투하고, 거기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듣게 된다.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무기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로봇 알피였고, 니르마타가 설계한 로봇 알피는 오히려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것을 위해 만들어진 평화의 상징이었다.

영화 〈크리에이터〉는 여러모로 예수님의 탄생 기사와 닮았다. 거대한 제국(영화에서는 미 국방부)은 온 세계를 점령하고 자원을 독차지하려 한다. 반면 AI 로봇이 등장하는 동양의 한 마을은 오히려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굳이 적용하자면 제국은 로마를 상징하며, AI 로봇의 지도자 하룬은 유대인 반란군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알피는 이래저래 아기 예수를 닮았다. 니르마타는 알피를 통해 인류와 로봇의 공존 세상을 꿈꾸었지만, 인간들은 그들을 전멸시키려 한다. 오히려 로마 제국의 황제와 헤롯 대왕을 닮았다.

성탄의 의미는 인류의 평화와 공존이다.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뛰어노는 나라, 독사 굴에 손을 넣어도 물지 않는 나라, 칼과 창을 녹여 쟁기와 호미를 만드는 나라를 건설하는 초석이다. 이 땅에 오신 평화의 왕은 군림하지 않고 섬기는 왕이며, 원수를 사랑하고 화해시키는 왕이다. 그 왕이 오셨다. 우리는 평화의 왕, 샬롬의 왕 예수를 섬긴다. 그 나라 백성이다. 따라서 이 성탄에 그 의미를 더욱 새기며, 전쟁과 테러,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세상에 평화를 전하는 제자들로 살아야 할 것이다. 하늘엔 영광을 땅에는 평화를 전하는 날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