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운동 50주년(희년)을 맞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4차 로잔대회가 개최된다. 로잔대회 개최를 앞두고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제4차 로잔대회는 140년이라는 매우 짧은 선교 역사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침체를 경험하는 한국 교회에 어떤 도전을 제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가? 깨어지고 분열된 세상이라는 현실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는 과연 한국 교회에 화목케 하는 복음의 능력을 통해 개혁과 갱신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로잔대회를 통해 과연 한국 교회는 내·외부적 위기를 돌파할 실마리를 발견하고 세계선교를 위한 동력을 발견할 것인가? 

제4차 로잔대회의 비전과 성격

로잔운동은 이번 제4차 로잔대회를 통해 2050년을 내다보며 로잔운동의 정신과 로잔 신학의 총체적 성격을 담고 있는 네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모든 사람을 위한 복음,
2)모든 사람과 지역을 위한 제자 삼는 교회,
3)모든 교회와 사회 영역을 위한 그리스도를 닮은 지도자,
4)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미치는 하나님 나라의 영향력. 

이러한 로잔운동의 비전은 지난 50년간 복음의 본질에 관한 신학적 성찰과 선교적 적용 사이의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해 온 내용을 집약한 것이다. 로잔의 신학과 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The Whole Church Taking the Whole Gospel to the Whole World)라는 로잔운동의 표어는 복음의 세계화를 지향하며 복음의 총체적 성격을 명료하게 보여 준다. 또한, 이 표어를 신학적으로 풀어낸 로잔운동의 역사적 문서인 〈로잔 언약〉, 〈마닐라 선언〉, 〈케이프타운 서약〉, 그리고 제4차 로잔대회 문서인 〈서울 선언〉(Seoul Statement)은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부름 받고 세상으로 보냄 받은 하나님 백성의 선교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어떤 공식적인 대회의 의미는 그 대회가 지향하는 본질적인 목적과 전망에 드러난다. 또한 어떤 운동의 정신이나 기풍(spirit/ethos)은 그 운동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지향하는 비전과 방향성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다. 존 스토트는 For the Lord We Love: Your study guide to The Lausanne Covenant(로잔언약 해설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하나님과 맺은 서약은 공적인 ‘언약’의 특성을 띤다고 주장한다. 로잔운동은 과거 교회가 선교 사역 가운데 자행한 잘못과 실패를 겸손하게 고백하는 운동이다.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좋은 소식으로 복음을 믿고 따르는 것이 마치 세상을 정복한 것처럼 하는 말이라든가 주제넘은 말로 들린다면, 비난을 달게 받겠다는 것이 로잔운동의 정신과 비전에 명료하게 드러난다. 교회가 과거의 실패를 깨닫고 하나님이 현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해 모든 열방 가운데서 일하심을 감지할 때,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품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역사가가 기록하는 공적 역사뿐 아니라 개인이 기억하여 기록하는 자전적 혹은 전기적 역사는 불완전한 기억과 기록의 저장고지만, 역사를 탐구하는 자에게는 돌이켜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길을 걷도록 안내하는 여정의 지침서다. 2000년이 넘는 기독교 역사를 탐구하는 작업과 연결된 로잔운동 50년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세상에 구현하는 동일한 목표로 수렴된다. 즉, 로잔운동은 기독교 역사의 일부로서 하나님과 하나님 백성의 역사인 성경과 맞물려 형성된 이야기이기에, 로잔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여정은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궁극적 전망을 보여 준다. 로잔운동의 이야기는 바로 성경 이야기에 근거해 다시 기억되고 회고되며 미래를 향하여 나아갈 담대한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를 위해 인간의 약함에 대한 실존적 고백이 필요하다. 그 자리에서 로잔운동의 선교는 고난과 약함 가운데, 겸손과 정직함과 단순한 삶의 방식을 취한다.

제4차 로잔대회의 주제와 역대 대회 주제 고찰

제4차 로잔대회를 포함해 로잔대회의 각 주제는 글로벌 교회가 처한 선교적 위기와 도전을 돌파해 복음의 본질과 교회의 정체성을 재발견하려는 노력을 보여 준다. 지난 50년 동안 세 차례의 로잔대회(congress), 로잔 국제포럼(forum), 이슈 그룹 콘퍼런스(conference), 지역 모임(regional gathering), 그리고 청년 지도자 모임(Younger Leaders Gathering) 등을 통해 로잔운동의 참가자가 구축한 비전과 형성된 분위기(ethos)는 세계 복음화를 위해 함께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나누며, 기도하고 교제를 통해 우정을 나누며 선교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로잔의 정신을 반영했다. 

왜(why) 그리고 무엇이(what) 로잔운동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복음의 본질에 관한 치열한 탐구에서 나온다. 로잔운동의 전략(how)과 방향 혹은 지향성(where)에 관한 질문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 불변하는 복음을 말과 행위(word and deed)로 살아내는 교회의 거룩하고 온전한 삶에서 나온다. 복음과 문화(하나님과 세상) 사이에서 살아가는 교회(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순종과 복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전개되는 해석학적 순환에 달렸다. 교회가 복음의 본질에 관해 확신할 때, 교회는 비로소 복음에 저항하는 세상에 말을 걸고 선포하며 일상의 삶에서 복음의 능력을 드러낼 것이다. 

먼저, 제1차 로잔대회의 표어인 “온 땅이 그의 음성을 듣게 하자!”(Let the Earth Hear His Voice!)는 로잔운동의 본질적 성격이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신 대위임령의 성취를 위해 온 교회가 온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당위성과 믿음의 순종을 내포한다. 1974년 제1차 로잔대회에 참가한 2700명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이 주제에 근거해 동의한 〈로잔 언약〉에 담긴 로잔의 정신과 비전과 신학은 50년 동안 로잔운동의 의제를 형성하고 세계선교를 위해 전 세계복음주의자를 하나로 연합하는 역할을 감당했다. 

사실 로잔운동의 지난 50년 동안 복음주의 세계선교운동으로써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로잔 언약〉이 제기한 “신학적 돌파”(theological breakthrough)였다. 15개 항으로 구성된 〈로잔 언약〉의 간결한 포괄성, 깊이와 단순함, 그리고 넓이와 균형은 교회에 주어진 사명의 기초가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하나님의 선교를 풀어내는 선교운동의 길잡이로서 〈로잔언약〉은 사도적 전통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현실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예언자적이면서도 목회적이고, 하나님 백성의 불순종과 연약함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고백적이며, 성경의 명제적 진리를 변화하는 상황 가운데서 살아내도록 안내한다는 점에서 교회론적이다. 따라서 〈로잔 언약〉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학적/선교적 타당성을 부여하며 온 교회에 선교적 도전을 제기한다.

둘째, 1989년 제2차 마닐라 로잔대회의 주제는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그를 선포하라”와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였다. 〈로잔  언약〉에 기초해 작성된 〈마닐라 선언〉은 당시 동·서 진영의 냉전 종식, 도시화,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글로벌 정치·사회문화의 지형 변화에 따라 복음 전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복음과 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교회가 세계선교를 위해 협력해야 할 당위성을 부여했다. 특히, 〈로잔 언약〉 ‘제6항 교회와 복음 전도’에서 언급된 “세계 복음화는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파할 것을 요구한다”라는 진술을 주제로 채택함으로써 〈로잔 언약〉이 주창한 복음 전도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아우르는 복음의 총체성을 재차 확언한다. 마닐라 선언이 드러내는 로잔운동의 정신과 비전은 1부에서 진술하는 21개 항의 고백이다. ‘선언’(manifesto)은 신념과 의도와 동기를 선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마닐라 선언〉의 고백은 로잔운동이 추구하는 비전과 나아갈 방향을 담은 ‘신념에 대한 확언’이다. 

셋째, 2010년 제3차 케이프타운 로잔대회의 주제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화목케 하심”(고후 5:19, God in Christ Reconciling the World to Himself )이다. 20세기의 10년이 지난 후에 열린 케이프타운 로잔대회는 21세기 글로벌 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한 다층적 이슈를 다룬 대회로써 로잔운동의 정신과 비전을 담지한 온전한 복음과 온 교회 그리고 온 세상을 ‘하나님 사랑’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하나님의 선교 교리를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전개한 케이프타운 서약이 해석한 로잔운동의 정신과 비전은 앞선 두 대회의 주장들과 성경적, 역사적, 상황적 연속성을 띤다. 

하나님 사랑은 언약적 언어이기 때문에, 성경의 언약을 확인하는 해석학적 작업은 성경 66권을 선교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교회의 과제를 재진술하며, 이것은 교회에 주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에 대한 믿음의 순종과 헌신으로 직결된다. 교회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 가운데서 불변하는 복음이 명시하는 잃어버린 인간의 현실, 복음의 좋은 소식, 땅끝까지 세상 끝까지 계속되는 하나님 백성의 선교를 견고하게 붙잡아야 한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선교에 참여하는 온 교회가 성적인 우상, 권력의 우상, 성공의 우상, 탐욕의 우상을 거부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를 것을 촉구한다. 이 점에서, “성경적 윤리(거룩함)가 없이는, 성경적 선교도 없다”라는 케이프타운 서약의 주장은 로잔운동의 정신과 비전을 명료하게 나타낸다. 

제4차 로잔대회의 선교 신학적 의미

넷째, 지난 50년에 걸친 로잔운동의 순례의 여정을 신학적 언어로 표현한다면, 복음의 본질에 근거해 교회의 본질적 성격을 규정한 성경적 교회론(혹은 선교적 교회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로잔 신학의 특성을 담아내기 위한 결집된 노력이 제4차 로잔대회의 주제에 잘 나타난다.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 이 표어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성경은 대회 기간 중 오전 성경 강해 본문인 사도행전이다. 

구약의 하나님 백성과 연결된 신약 교회(ecclesia)의 특성은 성육신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시며 부활하셔서 인류의 영원한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열방 가운데 밝히 드러내고 높이며 예배하는 초대교회의 기독론적 정체성(Christological identity)이다. 하나님의 선교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으며, 십자가는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해야 할 당위성과 정체성을 규정한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 교회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길은 예수 그리스도다. 통합적 관점에서 볼 때 기독론에 근거한 선교는 선교의 삼위일체적 성격을 재발견하는 과제를 제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회 주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탁월성과 궁극성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구속적 경륜에 드러난다. 교회의 모든 선교적 행위는 ‘그리스도의 주 되심’(Lordship of Christ)으로 수렴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교회는 자신의 행위로 구원을 저울질하는 자기 중심성의 함정에 빠지며, 소위 ‘공로신앙’이라는 덫에 걸리게 된다. 

주제 문구에서 “교회여”라는 부름은 로잔운동이 선교를 위한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추구하는 선교 운동임을 보여 준다. 로잔대회 프로그램 위원장 패트릭 펑은 그 의미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우리는 제4차 로잔대회를 통해 세계 교회가 모든 국가, 사회의 모든 영역과 사상의 영역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모든 가르침을 증언하기 위해 더 깊고 풍부한 협력과 협업이 필요하다는 긴박감을 느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는 세계 교회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오늘날 전 세계 교회가 함께 협력하여 우리 세대에 하나님의 목적에 부합하는 현명한 행동을 형성하도록 초대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declare and display)라는 요청은, 기독론에 근거한 교회의 선교적 정체성과 복음의 총체성을 명료하게 보여 준다. 특히 교회가 선포하고(proclaim) 나타내야 할(display and demonstrate) 대상을 예수 그리스도로 규정한 것은, 성경의 주인이며 복음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 중심성과 궁극성을 보여 준다. 이 요청이 강조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탁월함이다. 이 요청은 케이프타운 서약 2부 1장의 논조와 유사하다(우리는 다원주의적이며 세계화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진리를 증거하기). 우리가 선포하고 살아내야 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은 깨어진 분열된 세상 한복판에서 수행된다. 그래서 대위임령은 “내가 너희와 세상 끝날까지 함께하리라”는 주님의 약속을 통해 교회에 견고한 믿음을 강화한다. “한마음으로” 또는 “함께”라는 뜻의 헬라어 호모투마돈(homothumadon)은 신약성경에 12번 나오는데, 그중 10번이 사도행전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단어다. 이 단어는 기독교 공동체의 독특함과 단합을 가리킨다.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하나님과 화해, 이웃과 화해 그리고 자연과의 화해에 기초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삼중적 화해는 십자가를 통해 이뤄졌다. 

제4차 로잔대회는 공식적으로 국제로잔위원회가 주최하며 한국 교회와 아시아 교회가 공동으로 초청하는 대회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약 3년간 아시아 공동초청위원회(의장 이재훈 목사)가 구성돼 온·오프라인 회의를 통해 한국 교회와 아시아 교회가 협력해 다수세계 선교 운동의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를 마련했다. 한국로잔위원회는 겸손, 정직, 단순함/검소함이라는 로잔운동의 정신을 따라서 제4차 로잔대회를 위한 한국준비위원회를 복잡한 조직이 아니라,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준비위원장, 총무, 실행 총무)했다. 이전의 로잔대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한국 교회는 국제로잔위원회와 함께 준비 과정을 주도하며, 대회 장소 대여, 식사, 차량, 안내 및 통역 등의 준비를 위한 재정을 감당한다. 로잔이 운동으로서 활력을 잃지 않으려면, 로잔운동의 정신을 올곧게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로잔운동은 교리적 일치나 교파적 일치를 추구하는 제도적 연합이 아니라, 온전한 복음인 예수 그리스도를 온 세상에 선포하고 나타내기 위한 선교적 일치 운동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로잔운동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선교 운동인 로잔운동을 교리적이고 교파적인 이해로 축소하게 될 것이다.

로잔 정신을 담은 제4차 로잔대회의 신학 문서

역사적으로 신학 운동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로잔운동은 신학 문서를 통해 로잔의 정신과 비전을 전 세계 교회와 공유해 왔다. 이 점에서 제4차 로잔대회의 신학 문서의 형성 배경과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0년 동안 세 번의 로잔대회를 통해 배출한 신학 문서의 작성 과정은 상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제1차와 제2차 로잔대회 신학 문서의 입안자(chief architect)는 영국의 존 스토트, 제3차 로잔대회 문서의 입안자 역시 영국의 크리스토퍼 라이트였다. 제3차 로잔대회의 경우 12개 지역의 당면한 선교적 현안과 의제를 지역 총무들이 규합하여 제시하고 신학위원회에서 케이프타운 서약의 틀을 형성했다. 

제4차 로잔대회 신학문서 작성을 위해 오늘날 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기회(gaps and opportunities)에 관해 약 3년간 12개 지역, 다양한 이슈 그룹 그리고 국가별 공청회(listening call)를 거쳐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이 진행됐으며, 이 분석 자료를 토대로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Great Commission Report)가 작성됐다. 전 세계에서 선별된 150명의 신학자, 전문가, 선교사 등이 문서 작성에 참여하고, 7개 언어로 번역됐다. 

첫째, 제4차 로잔대회 공식 문서인 〈서울 선언〉(Seoul Statement)은 특정 입안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남아공의 빅터 나가와 스리랑카의 아이보 푸발란 박사를 중심으로 33명의 신학자의 공동 참여로 작성됐다.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신학위원회에 속한 신학자 모임에서 합의된 가장 기본적인 〈서울 선언〉의 내용은 역사적인 로잔 언약과 마닐라 선언, 그리고 케이프타운 서약의 핵심 주장을 반영한다는 것이었다. 로잔 신학을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구절은 “한계 범위 내에서의 폭/넓이”(breadth within boundaries)다. 한계 범위는 로잔 신학 문서가 강조하는 “성경의 권위와 능력”과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 즉 불변하는 복음의 본질/정수(essence of the gospel)다. 이 한계 범위 내에서 복음의 본질을 문화적 형식에 담아내려는 시도가 지난 50년 동안 실현되었고, 이러한 노력이 세계 선교의 전략과 실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서울 선언〉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¹ 내용을 간략하게 분석하면 성경의 권위와 능력, 하나님의 목적,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 그리고 성령의 능력이라는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깨어지고 분열된 세상 가운데 복음 선포와 삶의 모습으로 드러내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강조점을 통해 〈서울 선언〉이 다분히 교회의 전통적 특성 - 하나인 교회, 거룩한 교회, 보편적 교회, 사도적 교회 ­ 을 중심으로 교회 본질로서 하나님의 선교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의 1부는 현재 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한 선교 상황을 최신 통계자료로 제시한다. 로잔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빅터 나가와 아이보 푸발란 박사가 작성한 1부 서론 “대위임령의 신학적 근거”는 마태복음 28:18-20을 중심으로 그 권위와 범위와 목적을 기술하고 요한복음(20:19-23)을 중심으로 대위임령의 삼위일체적 패러다임을 기술한다. 1부는 대위임령의 과제 성취를 위한 현재의 상태로, 13개의 주제를 최신 통계로 제시하며, 오늘날 글로벌 복음주의 교회와 선교 단체가 직면한 도전 양상과 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²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의 2부는 “지금부터 2050년까지” 글로벌 복음주의 교회와 선교 단체가 다뤄야 할 주요 과제를 10개의 범주로 분류해 40개의 글(7-10페이지 논문형태)로 제시한다. 이 글들은 선교학자, 선교 실천가, 일터의 그리스도인이 제기하는 신학적 성찰과 실천적 견해가 통합된 신학적/선교학적이고 전략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로잔운동의 비전을 신학적으로 제시한 대위임령 현황보고서와 서울 선언문, 그리고 대회 기간 오후에 다뤄질 25개의 주제는 다수세계 선교운동의 촉진을 위한 다중심적 선교와 다중심적 선교 자원의 동원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또한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는 글로벌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분석하여 부상하는 세대와 함께 새로운 중산층과 고령화 인구에 관심을 기울이며, 디지털화가 가속화 하는 현대 문화에 부합한 복음 전도, 성경 참여, 교회 형태, 제자도를 강조한다. 오늘날 기독교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다양한 세속적 이념과 사상과 연관된 과학기술의 양상을 파악하고, 섹슈얼리티와 젠더 그리고 트랜스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하나님이 우리의 인간성을 결정하신다”(God determines our humanness)라는 성경적 창조신학과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에 기반한 신학적 인류학을 제시한다. 

제4차 로잔대회가 한국 교회에 주는 의미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를 맞이하는 로잔운동은 9월 24일(화) 저녁 로잔운동 50주년을 기념할 예정이다. 로잔운동 50주년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현장과 영상으로 참가하는 모든 이들이 ‘기쁨’(Joy)을 주제로 현재 전 세계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예수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을 성취하기 위해 남겨진 과업을 성찰한다. 지난 50년 동안 남겨진 과업인 대위임령의 성취를 위해 로잔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인물이 있었지만, 그들 가운데 단연코 로잔의 비전을 제시하고 세계 선교를 위한 신학적 방향과 선교 전략을 논의하는 장을 펼진 인물은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과 영국의 존 스토트 였다. 이 두 인물의 삶과 사역과 깊은 우정, 그리고 로잔운동에 미친 공헌을 회고하는 것은, 부상하는 청년 세대를 위한 선교적 플랫폼을 구축하고 복음의 본질과 내용을 중요한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참가자의 헌신을 새롭게 할 것이다. 9월 16일(목) 저녁 순서인 ‘한국 교회의 밤’에는 전 세계에서 온 5천 명의 참가자와 함께 한국 교회의 선교 역사를 돌아보고 감사와 기쁨 그리고 반성과 고백의 시간 및 서로를 위해 중보하는 시간을 갖는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는 로잔운동의 정신과 비전을 한국 교회에 알리고 확산하기 위해 국내외 많은 지역 교회와 함께 중보기도 운동을 일으키고 있으며, 대회 성경 강해 주제인 사도행전을 선교적으로 읽고 한 해 동안 사도행전 본문으로 공동설교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로잔대회는 한국 교회에 새로운 선교의 활력과 영적 갱신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새로운 세대를 일으킬 것이다.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협업 행동 팀 헌신서약〉(Collective Action Team Commitment)을 통해 Lausanne 4 Journey(2050년까지 일련의 과정으로서 로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2050년까지 로잔운동의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음 세대를 일으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대회 기간에 참가자들이 이 헌신서약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로잔운동이 과도한 ‘과제 지향적’(task-oriented)인 성향으로 치우쳐 제도화되고 조직화 되므로 운동성을 상실하고 ‘경영적 선교’(managerial mission)로 변질되는 위험을 늘 감지해야 할 것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비서구 다수세계 선교와 함께해 온 한국 교회가 200개국 5천 명의 대표를 초청하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기독교의 중심축이 서구에서 비서구로의 이동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남미 교회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 교회의 가교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 역할은 고난과 박해 가운데서 연약함 가운데서 선교를 수행하는 성육신적 태도를 요구한다. 로잔운동 50년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교훈과 의미 그리고 미래를 향한 방향과 전망은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이 제기하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복음의 재발견이라는 돌파였다. 제4차 로잔대회가 한국 교회에 주는 진정한 의미는 초대교회 예루살렘 회의를 통해 하나님의 선교가 보여 준 신학적 돌파와 선교적 돌파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註

---

1)    I. 전문, II. 서론: 하나님의 성경 이야기에서 교회의 위치, III.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는 교회의 소명, IV. 본론: 21세기 선교를 위한 교회의 신념 강화(A. 복음주의 해석학 B. 신학적 인간학 C. 선교와 제자도(선교적 영성) D. 기독교 신앙과 과학기술), V.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기’ 위한 교회의 우선순위 갱신, VI. 결론.
2)    대위임령의 현재 상태에 관한 주제는 13개로 다음과 같다. ①세계 기독교, ②기독교 전통, ③개신교와 독립교회, ④복음주의자 및 오순절주의자, ⑤선교사역자, ⑥복음화된 사람, ⑦미전도 종족, ⑧제자화 운동, ⑨디지털 성경 참여, ⑩언어, ⑪성경 번역, ⑫재정적 기부, ⑬대위임령 제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