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해가 밝으면 어김없이 띠 이야기가 세간에 오르내린다. 2026년은 60간지로 병오년, 십이지로 치면 이른바 붉은 말의 해다. 엄밀히 말하면 띠를 가르는 기준은 양력 1월 1일이 아니라 입춘, 대략 2월 4일 전후다. 따라서 양력 기준으로 병오년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양력이 일상의 시간 질서를 완전히 대체한 오늘의 현실에서 이러한 엄밀함을 따지는 이는 드물다. 명리학적 정합성을 고집하지 않는 한, 현재 통용되는 기준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십이지신, 운명과 질서의 상징
십이지신이 언제부터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운명을 규정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통일신라 초기의 김유신 장군묘에 십이지상이 설치돼 있었다는 사실은 이 상징체계가 최소한 1500년 이상 한반도에서 종교적·문화적 영향력을 유지해 왔음을 시사한다. 김유신 장군의 사망 연대는 673년이다. 한편 십이지를 기반으로 한 사주 이론의 원전으로 거론되는 《간명일장금》(看命一掌金)은 대략 8세기 초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은 당나라의 밀교승려이자 천문학자였던 일행선사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십이지 운명론 자체를 일행선사가 창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2세기 후한의 사상가 왕충은 《논형》(論衡)에서 십이지 운명론을 언급했고, 이후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불교 경전 《약사경》(藥師經) 역시 열두 동물의 형상을 지닌 십이약차대장(十二藥叉大將)을 소개하고 있다. 일행선사의 공로는 산발적으로 존재하던 이러한 사상들을 하나의 명리학적 체계로 집대성했다는 데 있다. 결국 연대를 고려하면, 김유신 장군이 생존하던 시기에도 중국과 한반도 전역에서 십이지 운명론이 널리 통용되고 있었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십이지 운명론은 고대와 전근대 사회에서 나름의 실용성을 지녔다. 그것이 실제로 운명을 정확히 예측했기 때문은 아니다. 당사주(唐四柱)의 원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