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최고의 자선가인 빌 게이츠가 만 70세를 맞아 첫 자서전을 냈다. 자서전 제목은 《소스 코드》(Source Code), 이제야 인생을 조금 알 것 같다고 집필 이유를 설명했다. 자서전 3권 중 이번에 발매된 첫 번째 책은 게이츠의 어린 시절부터 1975년 MS 창업, 애플과의 첫 계약까지를 다뤘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다른 유명한 CEO의 자서전과 다르게 빌 게이츠가 직접 썼고, 성공담이 아닌 보통 사람과 똑같은 그의 사적인 경험을 진솔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창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소스(source)가 된 키워드는 독서, 자폐, 친구 그리고 행운이다.

빌 게이츠의 독서 습관

“우리 집의 가장 큰 보물 중 하나는 1962년 판 《월드 북 백과사전》 세트였다. (중략) 나는 아홉 살 무렵에 A부터 Z까지 거의 모든 권을 다 읽었다. 그리고 매년 1월이면 지난 12개월 동안의 역사를 압축해 담은 백과사전 연감 Yearbook이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우편으로 도착했다. 그것도 모두 읽었다. 독서를 통해 나는 온갖 종류의 것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pp. 86-87).

빌 게이츠는 독서에 대해 유명한 말을 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빌 게이츠는 어렸을 적부터 백과사전을 비롯해 안 본 책이 거의 없을 정도였고, 마을에 있는 도서관 전체를 삼킬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 지금도 평일에는 1시간 이상, 주말에는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독서한다. 책이 생각의 소스였고, 독서를 통해 창의적 상상이 가능했다. 빌은 어느 날 일론 머스크와 대담하며 이런 말을 했다. “야심을 갖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독서다. 탁월한 삶을 꿈꾼다면 독서하라.”

미국 시사주간지 〈TIME〉은 자수성가한 33명이 매일 의식처럼 치르는 공통된 습관 일곱 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단연 독서였다. 응답자 중 무려 88%가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었다고 답했다. 시대의 아이콘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일론 머스크는 공통적으로 지독한 독서가다. “책을 읽는 리더(Reader)가 사람을 이끄는 리더(Leader)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독사에게 책을 계속 읽게 하면 천사가 된다”라는 말도 있다. 빌 게이츠는 지금도 서평 블로거로 유명하다.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트’를 5년 넘게 운영하면서 명저 200여 권을 소개하고 있다. 

바울 사도도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책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는 성령의 영감을 받고 있으면서도, 셋째 하늘까지 올라갔다 왔고, 사람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듣고 왔지만, 신약성경 대부분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책을 찾았다. 

“네가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고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딤후 4:13). 

자폐아? 빌 게이츠

“내가 오늘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면, 아마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을 것이다”(p. 484).

1955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빌 게이츠는 금수저 중에서도 금수저였다. 아버지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는 지역의 유명한 변호사였고, 어머니 메리 맥스웰 게이츠는 학교 선생님이자 미국의 유명한 시민운동가 겸 자선 활동가였다. 그런 배경에서 자란 빌은 왠지 유년 시절부터 완벽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릴 적 그는 지진아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친구들에게 외톨이, 너드(nerd), 불쾌한 친구라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로 학교에서 외면당했다. 

책 읽기, 수학 문제 풀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데는 열중했지만, 본인이 꽂힌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당시 빌은 작고 마른 데다가 목소리마저 특이하게 높고 날카로웠다. 다른 아이들 앞에서 부끄럼을 많이 탔으며 몸을 흔드는 버릇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루 종일 책과 수학 문제만 붙들고 친구들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또한 모든 교과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수학, 과학과 같은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성적은 B, C 정도로 들쑥날쑥했고,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과목에 대해서는 수업 태도도 불량했다. 심지어 선생님은 이런 빌의 모습을 보고 한 학년 유보를 제안했다. 빌의 부모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사회복지사이자 상담 클리닉을 운영하던 찰스 크래쉬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크래쉬 박사는 빌이 괴짜지만 똑똑하다며 동기를 부여했고, 빌의 삶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뛰어난 심리 치료사의 도움으로 내 상황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됐다”(p. 128).
빌 게이츠의 친구 

“친구이자 파트너였던 폴 앨런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중략) 특히 힘든 시기에도 통찰력과 지혜, 호기심, 우정을 보여 준 폴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p. 497).

빌 게이츠는 살아오면서 가장 탁월한 의사결정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창업 동역자 폴 앨런과 사귄 것, 그리고 하버드대학교 기숙사 친구였던 마케팅의 귀재 스티브 발머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로, 오래된 인연을 가진 친구이자 동료다. 이 둘은 레이크사이드 스쿨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 컴퓨터에 빠져 있던 둘은 금방 친해졌고, 학교 내 컴퓨터 클럽에서도 함께 활동했다. 고교 시절부터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고,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했다. 폴 앨런이 2018년 암으로 별세했을 때,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폴 없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진정한 파트너이자 소중한 친구였다.”

여기에 아눕 굽타가 가세한다. 1997년, 스탠포드대학교 교수 아눕 굽타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자로 명망을 얻고 있었다. 빌은 아눕 굽타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채식주의자인 굽타를 위해 자기 정원에 특별 채식 만찬을 준비해 초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빌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빌은 기상천외한 일을 벌인다. 바로 아눕 굽타가 소속된 회사 자체를 인수해 버린 것이다. 졸지에 아눕 굽타의 사장이 빌 게이츠로 바뀌었다. 이에 아눕 굽타는 빌과 함께 일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천부적 재능을 가졌으나 영업이나 경영에는 문외한이었다. 이들이 없었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저 규모가 조금 큰 벤처 기업으로 존재하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사도 바울이 바울이 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도 마찬가지다. 바울은 바울서신 말미에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기록한다. 바울의 동역자들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바울이 있었다.

“주 안에서 수고한 드루배나와 드루보사에게 문안하라. 주 안에서 많이 수고하고 사랑하는 버시에게 문안하라”(롬 16:12). 

행운

“나는 불로소득 같은 특권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유한 미국에서, 그것도 백인 남성에게 유리한 사회에서 백인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일종의 출생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운도 따랐다”(pp. 481-482).

빌 게이츠가 자서전 출간 전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로 언급했던 말은 행운이었다. 그가 캘리포니아 주의 마운틴휘트니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이 사실에 익숙해져라.” 소위 인생에 실패하고 쪼들린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신세타령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의 상징인 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자신을 향한 반성일 것이다. “나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정도의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성공을 한 것을 보면 인생이 참 공평하지 않다고 느낀다.”

빌의 삶에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는 부모님이 그를 시애틀 북부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인 레이크사이드에 보낸 것이다. 등록금이 부담스러웠지만 동기를 부여하고 도전 정신을 키우기에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빌은 바다를 만난 고래가 된다. 컴퓨터를 접하게 된 것이다. 당시 미국 전체를 통틀어서 몇 대 없던 컴퓨터가 레이크사이드에는 존재했다. 빌은 컴퓨터에 완전히 빠져들어 컴퓨터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틱택토 게임과 달 착륙 게임을 실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정도로 프로그래밍 실력이 나날이 성장했다. 하버드대에 입학해선 더욱 컴퓨터에 매진했고, 하버드대를 중퇴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했다. 창업 12년 만인 1987년, 31세로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라 오랫동안 전 세계 부자 1위를 기록했다. 

빌은 부유한 미국에서 백인 남성으로 태어난 것, 컴퓨터의 활약을 기대하던 적절한 시대적 타이밍을 만난 것 등 모든 것이 행운이었다고 고백한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행운이라고 하지만 성도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한다.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은혜가 결정적이다. 다윗의 물맷돌 실력이 아무리 뛰어났어도 하나님의 은혜 없이 골리앗 투구 사이의 그 좁디좁은 공간에 돌을 맞힐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고전 15:10).

약점이 많은 빌 게이츠였건만

빌 게이츠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의 존재를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영향력은 한 국가의 영향력 이상이었다. 빌은 거대한 슈퍼 고정 컴퓨터를 사용하던 시대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PC가 대중에게 보급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한때 전 세계 PC의 90%가 그의 운영체제를 사용했다. 또한 그는 2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한 세계 최고 자선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의 삶을 통해 배울 점이 있다.

첫째, 노력이다. 우리는 크게 성공한 사람들과 천재들의 영감에 대해 낭만적인 환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몰입’으로 유명한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창의력을 낭만적으로 보지 말라. 창의력은 끝없는 노력과 몰입의 결과다.” 베토벤이 연습하던 피아노의 건반은 움푹 패여 있었다. 그의 천재적 영감은 지속적이고 신실한 연습에서 나온 것이다. 빌은 지독하리만치 책을 읽었다. 자신의 은사라고 여긴 컴퓨터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둘째, 약점 극복이다. 아무리 천재적이고 크게 성공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가득한 불완전한 존재다. 빌은 주변으로부터 지진아 소리를 들었고 스스로도 자폐아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영업과 경영에는 젬병이었다. 약점 때문에 망하는 사람이 있고 약점 덕에 흥하는 사람이 있다. 약점이 자신의 부정적인 자아와 만나면 추락하는 날개가 된다. 약점이 하나님의 은혜와 만나면 이웃이 들어와 동역하는 공간이 되고 겸손을 배우게 된다. 빌은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자신의 약점을 덮어 줄 동역자들을 귀하게 여겼다. 

셋째, 하나님의 은혜다. 빌이 나이가 들면서 가장 많이 고백하는 말이 행운이다. 그가 어느 빈민국의 깡촌에서 태어났다면, 어려서부터 흙탕물을 긷고 살았을지 모른다. 또한 전쟁 때 청년의 시기를 맞았다면 후미진 어느 전쟁터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빌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자신의 행운, 신앙적으로는 은혜에 감사하며 살았다. 이는 빌의 아름다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