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철학과 기독교, 그리고 기술 신학
손화철┃한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철학). 벨기에 루벤대학교(Ph.D.). 저서로 《호모 파베르의 미래》,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 등이 있다.
“오늘날 기술은 인간에 관한 모든 문제에 ―삶과 죽음, 사고와 감정, 행위와 고통, 환경과 사물, 욕구와 운명, 현재와 미래― 침투해 있다” (한스 요나스)
기술-철학-기독교, 멀고도 가까운 사이
기술, 철학, 기독교. 얼핏 봐도 세 가지 모두 서로 잘 어울리는 개념 혹은 분야가 아니다. 특별히 한국 교회의 맥락에서 기독교와 나머지 둘의 관계는 매끄럽지도, 대등하지도 않다. 철학은 신앙을 무시하는 반기독교적 세상 학문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물음을 던져 생각을 혼란시킨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또 기술은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표면적인 생각에서 한 단계 더 내려가면 그러한 이해의 한계는 분명하다. 철학적 사고란 자기 생각에 오류가 있는지 돌아보는 반성적, 비판적 사고로 신앙에 반하지 않는다.
성경 역시 무조건 믿으라는 식의 미신적인 태도보다 묻고 답하며 증명하는 방식으로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설명한다. 기독교의 기본 교리가 자연과 인간, 신에 대한 서양 철학의 물음에 답하는 방식으로 구축된 것도 철학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또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철학적 태도를 견지한다면 인간의 이해와 능력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과 영적 세계와 같이 과학과 이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영역이 존재함을 기꺼이 인정할 것이다.
기술에 대한 단순한 생각 역시 문제가 많다. 교회사에 대한 기초적인 점검만으로도 우리는 기술이 인간의 삶과 신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문자, 건축, 인쇄, 교통과 통신 등 수많은 기술은 목적을 성취하는 데 사용한 단순 도구라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