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목사님, 클럽하우스 사역을 해 보시면 어떠실까요?”라는 메신저가 왔다. 그렇잖아도 그 주간에 갑자기 ‘클럽하우스’라는 SNS에 관한 기사가 갑자기 쏟아지던 시점이라 궁금했는데, 제안을 받고 보니 미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플을 깔고 잠시 후 이미 가입한 다른 지인이 초대장을 보내왔다. 개설된 여러 방들 중 관심이 가는 곳에 들어가 봤다. 독서 관련 방이었는데, 모더레이터(moderator)의 진행에 따라 스피커가 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었다. 듣다 보니 나름 이름이 알려진 작가도 스피커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출판 시장의 침체기를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고민을 진솔하게 나누고 있었다. 대화를 듣다가 그 방을 나와 다른 방에도 들어가 봤다. 현재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과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성찰을 하는 그룹의 토론방이었다. 대체로 이미 알던 내용이었지만, 실제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듣는 얘기는 훨씬 생생했다. 관람자였던 내게 갑자기 스피커로 참여하겠냐는 제안이 왔다. 곧 그 방을 나갈 생각이어서 거절했다.

어느 방이든 들어가고 나가는 게 부담이 없었다. 첫날의 참여는 거기까지였다. 다음날부터는 관심이 있어 팔로우해 놓았던 모임방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의 알림이 시시각각 왔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처음 듣던 말이 어느새 익숙해진 지 1년 갓 지날 때, 거리두기의 한복판에 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SNS 폭탄이 터졌다.
 

새로운 소셜미디어가 나타났다

이 소셜미디어는 2020년 4월에 출시되었다. 출시한 지 1년도 안 된 서비스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셈이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이 서비스를 창립한 두 사람의 소셜미디어 경력이 남다르다. 창립자 폴 데이비슨과 로한 세스는 2011년에 만났다. 데이비슨은 2012년에 ‘하이라이트’(Highlight)라는 소셜미디어를 만들었고, 세스는 구글 엔지니어로 각자의 일을 해 오다 2019년 초 로한의 딸 리디아가 뇌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KCNQ2라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면서 전문가와 일반인이 토론하면서 해법을 찾는 소셜 서비스를 구상했고, 그 결과가 클럽하우스였다. 그래서 클럽하우스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중요한 기반으로 생각한다.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운동 과정에서 위험에 노출된 흑인들이 클럽하우스의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며 이 서비스는 더욱 확산되었다. 클럽하우스는 현재 3가지 점에서 다른 SNS와 차이가 있다. 첫째,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권을 받아야지만 입장할 수 있다. 둘째, 베타서비스 중이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만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사용자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그러다 보니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중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초대권이 중고 거래 시장에서 판매되기까지 한다. 셋째, 영상이 필수라고 여기는 다른 SNS와 달리 오로지 음성만으로 참여한다. 대단히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참여해 보면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 뒤늦게 참여한 사람들이 이 어플에 빠져 밤을 샜다는 얘기를 종종 들을 만큼 이 서비스만의 매력이 있다.
 

클럽하우스의 매력

그렇다면 클럽하우스의 어떤 매력이 기존 SNS를 넘어 순식간에 화제에 오르게 한 것일까? 우선, 간편하다. 첫 문턱이 살짝 높은 듯하지만, 일단 가입하면 그때부터는 비포장도로에서 고속도로로 들어서듯 빠르게 적응한다. 다른 SNS와의 차이는 ‘그냥’ 참여하면 된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경우, 처음 보기에는 쉽지만, 막상 본인이 유튜브 관련 영상을 만들어 주도적으로 소통에 나서려고 하면, 그때부터는 고난의 시작이다. 촬영부터 편집하고, 썸네일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의 난이도가 높다.

반면, 클럽하우스는 누구나 방을 개설할 수 있다. 자신이 주제를 정하고, 모더레이터 역할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방에 들어온 이는 스피커가 될 수 있고, 그때부터 주제에 맞춰, 때로는 주제에 어긋나는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어떤 강제성이나 영상을 만드는 시간, 글을 쓰기 위한 정성 등이 필요 없다. 공감할 만한 주제를 잘 선정해 방을 만들면 관심이 있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그곳에서 가능한 시간만큼만 대화를 나누면 된다.

둘째, 다양하다. 클럽하우스에 개설된 방의 주제는 특화되어 있지 않다. 처음에는 실리콘밸리의 IT 계통과 스타트업 관련 대화방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든 주제가 가능하다. 필자가 현재 글을 쓰는 동안 개설된 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여행이 끝나고 난 후 돌아온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요?’, ‘공연 예술 잡담방’, ‘심야의 미술관 데이트’,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해드릴 점 한 가지씩 찾아드려요’, ‘알앤비 어디까지 들어봤니?’, ‘자장가 듣다가 자는 방’ 등 여기까지만 해도 모두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대화 중인 방이다. 외국어, 특히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 주제와 범위는 몇 배로 늘어난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토론할 기회도 넘쳐난다.

셋째, 직접적이다. 대부분의 SNS에서 우리는 자신을 가릴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은 가장 잘 나온 사진, 보여 주고 싶은 사진만 올릴 수 있다. 블로그나 트위터도 올리는 글도 수정할 수 있고, 단어나 문장을 고르고 골라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그냥 그 방에서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 대본이 필요 없다. 녹음 기능이 없기 때문에 그 방에서 주어진 시간만큼의 대화에서 실수하더라도 그 방에 있던 사람만큼만 그 일에 대해서 안다. 더구나 상대방의 육성을 직접 듣는다는 것은, 다른 SNS가 소통이 되는 듯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단방향적인 것과 다르게, 굉장한 정서적 공감을 준다.

물론 이 직접성이 지속되려면 보안이 필수인데, 최근 클럽하우스의 토론을 한 해커가 제3의 웹사이트에서 스트리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참여자들이 대화 내용을 다른 기기를 사용해서 녹음해 유출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토론방에서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거나 민감한 주제에 대한 소신 발언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외부에 공유할 경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서비스 초창기인 현재로서는 당사자가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발언 가운데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의 발언을 자제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교회는 클럽하우스 열풍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데이비드 브룩스는 신간 《두 번째 산》에서 현대 사회의 위기는 집단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개인적인 특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을 장려한 초개인주의에서 비롯한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개인의 자아가 너무 부풀어 개인주의의 너무 먼 곳까지 왔고, 개인과 개인을 이어 주는 연결의 끈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회적인 고립, 불신, 양극화, 가족 해체, 공동체 소멸, 연대감의 상실, 공동의 이야기와 대의의 소멸이라는 끔찍한 고통을 초래하게 되었다고 보았다(pp. 561-562). 결국 이러한 초개인주의자로 살던 현대인들은 인생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음을 깨닫게 되고, 세속적인 성공 너머의 무언가를 찾게 되며 그것이 곧 관계를 지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SNS가 디지털 문명의 중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관계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영상이라는 매개체가 가장 근접한 관계를 형성시켜 주는 도구라 여겼다. 유튜브 대세는 바로 이러한 영상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사람들 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에 상대방의 영상과 활동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소통이 아닌 소비로만 일관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알고리즘에 따라 알게 되는 영상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으로 안내해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고, 세상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편견까지 심어 주었다. 댓글이라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공감을 표하지만, 수천, 수만 개의 댓글 속에 점점 나라는 존재의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클럽하우스는 디지털 시대에 목소리만으로 소통하는 아날로그적인 형태를 취한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사용자들은 다른 SNS가 갖지 못한, 현대인의 깊은 곳에 숨겨진 관계의 본질적인 요소가 클럽하우스를 통해 채워짐을 경험한 것이다. 이들은 접속의 형태를 띠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하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한다(《두 번째 산》, p. 573). 클럽하우스의 다양한 모임방에서 사람들은 기술의 진보를 통해 편집과 알고리즘이라는 조미료가 가득한 세상에서 투박하지만, 가공되지 않은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생각, 그 사람의 감정의 울림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클럽하우스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바람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사람의 목소리였고,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교회는 그 어떤 곳보다 친교와 사귐의 공동체로 세상에 존재해야 한다.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빌립보 교회를 향해 바울은 말한다.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 2:4). 바울의 권면처럼 교회는 다른 사람의 일에도 관심을 갖는 공동체다. 소통하고 협력하며 세상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선을 행하도록 부름 받은 모임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교회 안에서의 분란은 물론이고 작은 모임 안에서조차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성도가 많다. 오히려 세상에서 이렇게 창의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며 교회는 반성하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선 클럽하우스를 통해 사역해 볼 것을 제안한다. 클럽하우스는 방의 성격에 따른 분류에 ‘Faith’가 있을 정도로 종교에 관한 토론과 대화가 많다. 한국 교회의 클럽하우스에 대한 접근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성경을 읽어 주는 방이나 CCM을 들려주는 방,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대해 토론하는 방 등 성경과 찬양, 기독교적 상담 등에 대해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장점은 조금 더 세밀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후 안드로이드 사용자 어플이 개발되어 보편적 SNS가 될 때, 개교회에서도 클럽하우스를 통해 다양한 사역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영상이 나오지 않고 음성만 나오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 없이도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원거리의 성도들을 위한 새벽 묵상 모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음성만으로 소통하는 클럽하우스의 특징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참여할 수 있고,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시간대에 성도들과 만날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모더레이터의 역량에 따라 마음속 깊은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므로 대면 만남에서 오는 부담감을 줄이며 동시에 심방과는 다른 만남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클럽하우스가 아니더라도 온라인이나 현장에서 만나던 교회는 사귐과 나눔의 장을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를 통해 비대면 예배를 드리며 성도들이 온라인 예배의 장점을 경험했던 것처럼, 클럽하우스와 같이 활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을 체험했던 성도들은 교회에서도 이러한 요구를 할 것이다. 교회의 리더들과 함께 개교회의 현실에 맞는 소통의 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클럽하우스와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는 모임에 매력을 느낀 성도들의 내적 필요를 채우기에 기존 교회의 단방향식 전달은 역부족이다.

정리하자면, 클럽하우스는 목소리를 이용한 인간의 원초적인 소통 방식을 디지털 기술로 시대에 맞게 변형한 사교 모임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소통 도구이기에 완벽하지는 않다. 클럽하우스 안에서도 인기를 누리며 발언의 주도권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나뉘고, 스피커와 청취자 그룹 사이에 커다란 간격이 만들어져 보이지 않는 우월과 차별 의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래서 모더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배제하지도 않고, 이끌어 발언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이 그리스도인이 세상 속에서 감당해야 하는 역할일 것이다.

단순히 각자의 생각과 말의 향연이 아닌, 진리 속에 드러낸 선함과 아름다움을 효과적인 소통 방식을 찾아 열매 맺도록 해야 할 소명이 그리스도인에게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세상의 잔치를 무심히 바라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갈망을 잘 파악해 복음을 전하고 진리의 공동체로 세워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런즉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과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 이는 우리가 서로 지체가 됨이라”(엡 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