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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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8년  06월호 은퇴 목사의 새로운 소명 아름다운 은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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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교회 정평수 원로목사

〈목회와신학〉 2017년 4월호 “소명 목회, 하나님의 부르심과 세상의 필요를 채우다”에서 방선기 목사는 “은퇴한 사람들은 일로부터의 은퇴가 아니라, 포지션으로부터의 은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은퇴는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일로의 부르심이다. 은퇴하기 전에 미리 무슨 일을 할 것인지,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인도하실 것인지 깊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교회 사역을 끝낸 은퇴 목사에게도 새로운 소명을 주신다. 그러므로 은퇴 목사는 새로운 소명을 찾아야 한다.  
  
〈기독신문〉 논설위원, 교회갱신협의회 부이사장을 역임했던 만남의교회 정평수 원로 목사(사진)는 은퇴 이후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미자립 교회를 방문해 설교하고, 헌금을 전해 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또한 만남의교회를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출석하며 교회, 후임 목사, 성도를 위해 기도하며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용인에 있는 만남의교회 카페에서 정평수 원로 목사를 만나 목회자의 은퇴와 새로운 소명에 대해 인터뷰했다.
 


만남의교회 35년 목회를 마무리하는 은퇴, 어떻게 준비했는가?

목회는 자신의 영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사역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자신의 영리나 이름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은퇴 역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은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후임 목사 청빙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를 충성스럽게 목회할 후임자를 위해 5년 동안 기도하며 준비했다. 청빙위원회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뢰할 만한 후임자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때 청빙위원의 한 사람으로 면접을 보고 투표를 했지만, 모든 일은 철저하게 청빙위원회에 위임했다. 그 결과 어떠한 잡음도 없이 좋은 후임 목사를 청빙할 수 있었다.

은퇴하기 12년 전,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은퇴를 준비하기 위한 적금을 하기로 결정하고, 일정액을 납입해 주었다. 자녀들이 결혼할 때 목돈이 필요해서 두 번 중간 정산을 받았다. 그리고 남은 금액이 1000만 원이었는데, 이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교인들이 전해 준 전별금에 그동안 모아둔 500만 원과 자녀들이 준 500만 원을 더해 총 2000만 원을 총회의 모판이 되는 총신대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특별히 은퇴 사례금을 신학생 장학금으로 내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목회자가 되기로 결정한 후 고생을 많이 했다. 개척할 때도 쉽지 않았고, 목회하는 동안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 신학교에 다닐 때 돈이 없어 음식을 먹지 못한 일이 가장 힘들었다. 돈이 없어서 점심을 먹지 못하고, 기도처에서 시간을 보낼 때, 영적으로는 성숙해지는 시간이었지만, 육적으로는 배고픔에 시달려야만 했다. 

은퇴할 때가 되니까 그 일이 생각났다. 고생하는 신학생들이 영적으로도 육적으로도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이를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라는 하나님의 마음이라 여기고 순종했다.   


은퇴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는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했는가?

지금까지 키워왔던 자녀를 빼앗기는 심정이었다. 은퇴하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허전함이 찾아왔다. 오죽했으면 아내에게 “오늘 교회 가지마”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아내는 너무 힘들어하는 남편 때문에 자신의 허전함은 전혀 내색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은퇴한 친구들과 만나 식사하며 교제하는 자리를 많이 가졌고, 책을 집필하면서 마음을 달랬다. 그 결과 《너희도 행하라》와 《은퇴, 새로운 삶이 되어》를 발간했고, 지금은 세 번째 책의 집필을 마치고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영성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매일 새벽 기도를 하고, 하루에 4시간 이상 성경을 읽었다. 또한 매일 새벽기도회 후 만 보 이상 걷고, 오후에는 근육 운동을 하며 건강관리를 했다. 이처럼 은퇴 전보다 더 철저하게 영성과 건강을 관리하는 가운데 허전한 마음을 채우며 회복하고 있다.   


은퇴 이후 섬기던 교회를 떠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은퇴하고 원로가 되면 교회를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 교회를 두고 다른 교회에 가면 어떤 사역도 할 수 없고, 도움을 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손님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도 옳지 않다. 또한 성도들에게 예배에 잘 참석해야 한다고 가르쳐 놓고, 은퇴한 후 평신도만큼도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본이 되는 일이 아니다.

목사는 현직에서나 원로가 되어서나 목사다. 교회의 사역에서는 은퇴했어도 목사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은퇴했어도 교회를 떠나지 말고,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성도의 본이 되는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공예배에 참석하며, 교회 중심의 생활을 하도록 힘써야 한다.  


은퇴 이후 후임 목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은퇴 목사는 후임 목사의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 오랜 기간 목회를 해 왔던 입장에서 보면 후임 목사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낳은 자녀도 내 마음에 100% 들지 않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된다. 말을 삼가는 한편, 어른으로서 후임 목사를 품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교인들이 후임 목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때도 교인 편에서 말하지 말고 후임 목사 편에서 이야기하고, 후임 목사를 지지해 주어야 한다. 은퇴 목사는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후임 목사가 교회를 세워나가는 데 협력해야 한다.


미자립 교회를 섬기는 사역에 대해 소개해 달라.

1980년 서울 삼성동 상가 건물에서 개척할 때, 아이들에게 설탕물 먹일 돈도 없어 당원물을 얼려 먹였고, 토마토를 사달라고 우는 아이에게 토마토 하나 사 주지 못했다. 어느 권사님이 과자 사먹으라고 아이들에게 전해 준 돈을 가져다 콩나물 사서 국을 끓일 정도로 가난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은혜로 만남의교회는 부흥하고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개척할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개척교회가 부흥해 자립하는 것보다 교회 문을 닫고, 목회를 포기하는 경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기에 한국 교회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2015년 은퇴를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돕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만남의교회가 속해 있는 노회의 미자립 교회를 돕기로 결정하고, 노회 교회자립지원위원장에게 매달 찾아갈 미자립 교회를 추천해 줄 것을 부탁해, 매월 첫째 주일에 예배에 참석해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큰 액수는 아니지만 용기를 가지라는 의미로 헌금을 하고 돌아왔다. 
 
힘이 닿는 한 계속해서 미자립 교회를 섬길 예정이다. 미자립 교회를 다니며 받은 은혜가 크기 때문이다. 유치원 차량을 운전하고, 파출부를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받은 소명을 묵묵히 감당하는 목사님과 사모님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도전을 받는다. 



은퇴 이후 사역을 위한 재정은 어떻게 확보하는가?
은퇴 이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있다. 또한 원로 목사의 생활비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는 교회도 있다. 그렇기에 교회와 은퇴하는 목회자 모두 은퇴를 위한 재정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아내가 개인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연금을 받고 있다. 또한 세 자녀가 용돈을 주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미자립 교회에 하는 헌금은 자녀들이 마련해 주는 돈을 모은 것이다. 아내의 연금으로 나오는 재정은 매월 10만 원씩 두 명의 신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주고 있다.


또 다른 사역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은퇴 전부터 북한 선교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하나님이 통일을 보게 해 주신다면 북한 땅에도 만남의교회를 세우고 싶다고 생각하며 교인들과 함께 헌금을 모았다. 그 헌금이 씨앗이 되어 민족 복음화를 위해 쓰임받기를 원하는 마음이었다.

감사하게도 후임인 나영진 담임목사가 ‘땅 끝까지 복음 증거하는 교회’라는 비전을 세우고, 이 일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 만남의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그 일을 이루실 때, 동참하고 싶다. 


은퇴 이후 배우자와의 관계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목사님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하다.

목회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내의 내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인정하고 은퇴하기 전부터 함께 사역했다. 교직 생활을 했던 아내에게 학교를 그만두고 함께 사역하기를 청했는데, 고맙게도 따라 주었다. 돌아보면 그때 아내가 계속해서 학교에 있었다면 경제적으로는 조금 나아졌겠지만, 지금처럼 서로 마음을 이해하고 협력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처럼 은퇴 전부터 함께 동역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은퇴 후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은퇴해도 목사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후에도 철저하게 영성 생활에 힘써야 한다. 이는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아내로부터 은퇴 후에도 새벽 기도, 말씀 읽기, 영성 일기 등 규칙적인 영성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고 순종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은퇴 후 가정에서도 목사로서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내와의 관계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은퇴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먼저 은퇴하는 날까지 변함없이 사역하고, 목사답게 살아야 한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사역을 소홀히 여기거나, 영성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은퇴 후에도 삶의 우선순위를 기도하고 성경 보는 것에 두어야 한다.

또한 은퇴 후에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친구는 은퇴 이후 찾아오는 허탈감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물질적인 부분도 지혜롭게 준비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 삶을 책임져 주실 것을 믿어야 하지만, 교회나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연금, 적금을 들어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은퇴 후에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고, 은퇴 이후 사역도 어려움 없이 감당할 수 있다. 이처럼 은퇴를 잘 준비하고, 은퇴 이후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소명을 발견하고 순종하며 살아간다면 목사다움을 잃지 않는 훌륭한 은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평수, 이민구 정평수 만남의 교회 원로목사/ 이민구 목회와신학 기자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