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 있는 내용과 설득력 있는 화법은 시간의 문제를 해결한다

안광복  청주상당교회 담임목사

현대인의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효율성이다. 어떻게 하면 보다 더 경제적일까, 더 신속할까, 더 다양한 만족을 누릴 수 있을까. 가성비를 따지고 멀티태스킹 능력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인들은 효율성에 대한 고민을 첨단 기계 문화와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통해 해소한다. 특별히 시간에 대한 효율성은 초미의 관심사다. 과거에는 시간을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면, 이제는 돈을 더 내고라도 시간을 아끼려고 한다.

그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에게 설교 시간은 대단히 민감하고도 중요한 이슈다. 예배 안에서의 다양한 강조점에 대한 주장들이 있지만, 여전히 설교는 예배에서 가장 중요하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사실 시간처럼 객관적인 것이 있을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진다. 그리고 무서울 만큼 냉정하다. 반면에 시간처럼 주관적인 것도 없다. 똑같은 분량의 시간도, 연인들이 함께 있는 한 시간과 퇴근 전 한 시간은 분명 그 속도와 내용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적절한 설교 시간에 대한 원칙이나 기준은 없다. 그것은 문화적이며 상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설교 시간의 적절성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그것은 설교의 내용과 전달의 방법에 대한 질문이다. 설교의 내용은 설교자가 생각하는 설교의 정의와도 그 궤를 같이 한다. 설교란 하나님의 말씀을 이 시대의 청중을 향해서 선포하고, 해석하고, 그들의 삶에 맞도록 적용하는 거룩한 사역이다. 이것이 설교의 정의이고 설교의 내용이라면, 그것을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결정과 기준은 전적으로 설교자에게 달려 있다. 설교자 본인이 충분하게 해석하고 적용하고 선포했다고 여긴다면 거기서 끝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설교자가 전하는 메시지의 내용에 있다. 얼마나 충실하게, 깊이 있게 준비했느냐가 관건이다.

그 다음이 그 설교를 전달하는 방식의 문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해도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그 내용의 의미나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교자는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는 전달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일전의 한 유명 방송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커뮤니케이션의 4단계가 있는데, 1단계는 단순한 정보의 전달, 2단계는 설득, 3단계는 감동, 4단계는 삶의 의지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방송인들은 그저 1단계 정보의 전달만으로도 어려움을 느끼는데, 목회자들은 4단계까지 목표를 삼고 매주 새로운 내용으로 준비하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목회자의 설교가 보다 더 설득력 있고 감동적으로, 청중의 삶의 변화를 유도하려면 내용 이상으로 전달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설교자가 준비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설교 시간의 적절성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즉, 1시간 같은 20분짜리 설교가 있고, 10분 같은 40분짜리 설교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현대인들이 시간에 민감하고,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메시지의 내용을 줄여가며 설교하는 것은 반대다. 그렇다고 듣든지 아니 듣든지라는 유형의 일방통행식 설교 전달도 적합하지 않다. 테드(TED)나, 세바시 등 유명한 강연 프로그램들이 15분 내외에서 구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인들의 집중력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설교도 짧아져야 하는가? 그렇다면 2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영화나 공연 등이 많아졌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설교자들은 현대인들이라고 무조건 짧은 시간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과거에 비해 집중력이 짧아졌다고 해도, 몰입하는 능력은 더욱 좋아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설교 시간을 놓고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대한 내용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설교하기 더 어려운 시대가 되었을 수도, 아님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더 밀도 있는 내용과 설득력 있는 화법으로 설교를 한다면, 설교 시간의 적절성 여부는 청중이 결정할 것이고 말씀의 은혜는 언제나 차고 넘칠 것이다.

성경적인 설교 구조와 설교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윤용현  우이중앙교회 담임 목사 

대부분의 설교자들이 설교의 길이, 즉 설교 시간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교회의 상황과 청중의 요구에 의해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설교학 저서들을 펼쳐 보아도 깊은 연구 결과나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부분 짧게 설교하도록 설득하고 독려하는 글들이다. 왜 설교 시간을 다루는 저술들은 대부분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만 말할까? 청중은 왜 짧은 설교를 원할까? 왜 설교자 자신도 설교 시간을 줄여가는 것을 대세라고 여기며 이에 순응할까?

설교를 짧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 청중은 자극적이지 않으면 관심을 잃고 오래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청중의 변화에 민감한 신설교학의 영향 때문이다. 신설교학은 들리는 설교를 하기 위해 전통적 3대지 연역적 설교의 구조에서 귀납적 설교, 이야기식 설교 등의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이러한 구조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설교 분량이 줄어들게 되었다. 셋째, 현대 교인은 피곤하며 설교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설교를 설교자의 개인적인 해석으로 이해하며, 설교를 긴 시간 동안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밖에 다음 예배나 교회 행사, 차량 운행 등과 같은 교회 형편 때문에, 회중이 집중할 수 있도록 설교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고 전달하지 못하는 설교자들의 준비와 훈련의 부족 때문에 설교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설교의 길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기보다는 신학적이고 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하나님 말씀의 중요성을 깨닫고 부흥을 이루었던 시대를 살펴보면 설교 길이가 결코 짧지 않았다. 칼뱅은 1시간 15분에서 1시간 30분 사이의 설교를 했다. 청교도들은 평균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동안 설교를 했다. 마틴 로이드 존스의 설교도 거의 1시간 30분 분량이다. 우리는 말씀 사경회나 수련회를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집중해서 들으려고 할 때, 그 설교 시간이 짧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즉, 하나님의 말씀의 가치를 알고 하나님 말씀을 사모하며 듣고자 하면 30, 40분의 설교는 상당히 적은 분량이다. 이것은 설교자와 온 교회가 다시 말씀 앞에 서고자 하는 결단이 없다면, 설교를 통해 하나님 말씀을 듣고자 하는 열망이 없다면 설교 시간은 당연히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집중해야 할 것은 설교의 시간이 아니라 설교에 대한 마음과 태도다.

둘째, 설교자는 청중보다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께 순종해야 한다. 설교를 짧게 해야 한다는 현실적, 상황적, 논리적인 이유 대부분이 청중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이 중심을 다시 하나님께로 옮겨야 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성경 본문에 대한 정확한 해석, 그 석의를 통해 발견한 저자의 의미, 그리고 그 의미를 회중에게 연결하고자 하는 깊은 고민과 적실한 적용을 설교 안에 충분히 반영해서 구성해야 한다. 

셋째, 말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 어떤 말씀을 듣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적절한 분량과 시간에 대한 고민이 말씀 사역의 위상을 보여 준다. 말씀을 준비하다 보면 때로 짧을 수도 있고 길수도 있는데 ‘길어야 한다’는 논의를 배척하고 ‘짧아야 한다’는 논의만 진행하는 현실에서 다시 말씀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넷째, 성경적인 설교의 구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개혁주의 전통에서는 ‘무엇을 설교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논의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설교학의 흐름에서는 ‘어떻게 설교해야 할지’를 중점으로 다룬다. 우리는 이 두 기둥을 함께 붙잡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성경적인 설교의 구조는 무엇인지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성경적인 설교의 마지막 축이 될 것이다. 

사실 설교의 길고 짧음에 대한 성경의 기준은 없다. 성경에도 긴 설교와 짧은 설교가 공존한다. 결국 설교의 길고 짧음은 설교에 대한 신학, 성경관, 설교 구조 이론, 수사학, 상황, 청중의 변화, 시대의 요구를 아울러 적절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현대에 이르러 설교의 길이에 대한 논의는 주로 짧게 설교하는 것이 옳고 좋다고 말하는 학자들과 설교자들에 의해서만 다루어졌고, 그 결과 실제 강단의 설교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그 지론대로라면 말씀 사역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실 이전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제 길이에 대한 다른 관점이 필요하며, 이를 넘어 어떤 설교가 진정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설교인지, 어떤 설교가 구조적으로도 성경적인 설교인지에 대한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이론을 정확히 정리하고 확인해서 다시 강단의 부흥과 영적 부흥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우리는'오늘을 위한 그때의 말씀'을 믿어야 한다

임경재  일암교회 목사

오늘날 하나님의 말씀이 교회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이미 교회마다 저녁예배가 오후예배로 바뀐 지 오래다. 설교 시간은 음악회, 강연, 영화 상영 등으로 탈바꿈했다. 40분 또는 1시간이 넘어도 견뎌 왔던(?) 설교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설교 시간은 마치 빨리 끝내주어야 하는 밀린 숙제처럼 바뀌었다. 

예전에는 달랐다. 설교 시간이 1시간 이상이 되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런 말씀을 듣고 배우며 자라왔다. 우리가 변질된 것인가? 아니면 사회 문화가 교회 안에 침투한 것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설교는 ‘오늘을 위한 그때의 말씀’이다. 반드시 설교는 오늘을 위한 것이 되어야만 한다. 즉, 설교는 해석의 문제인 것이다. 성도들은 목회자에게서 현재 삶의 문제에 대한 해석을 듣기 원한다. 그러나 목회자는 교리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사람들의 귀는 삶을 이야기하는 곳에 열려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에 관심이 있다. 그렇다면 설교는 오늘의 삶을 하나님의 말씀 앞에 엎드리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설교 시간이 길고 짧음의 문제가 아니다.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설교를 대하는 마음의 문제요, 신학의 문제이자 삶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이 강단을 지켜야 할 것인가? 설교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이해되어야 한다. 첫째,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요즘은 미디어의 발달로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어도 지식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설교는 사람의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성경 말씀만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은 설교의 신적 권위를 말한다. 이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기도와 말씀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 과거의 신학교 노트는 잊어버려야 한다. 자기의 이념을 버려야 한다. 자기 신학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고도 버려야 한다. 늘 겸허하게 하나님의 말씀 앞에 무릎 꿇고 성실하게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전한다는 것은 문화적인 의미가 있다. 즉, 해석이 되어야 한다. 설교가 지루하다는 것은 해석 없이 단순히 본문 설명만으로 설교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매일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에게는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해석을 전달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목회자는 성도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알고 이해해야 한다.

둘째, 설교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목회자 자신을 이기는 힘이 있어야 설교가 된다. ‘이 본문은 지난번에 설교했던 본문인데’, ‘이번 고난주일 설교는 무엇으로 하지?’, ‘성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설교 때마다 목회자들에게 생기는 고민이다. 흔한 말로 ‘어떻게 뻔(?)한 내용을 뻔(?)하지 않게 설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요즘은 성도들도 성경을 잘 안다. 특히 절기 설교는 너무도 익숙하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자기를 이겨 내는 수밖에 없다. 자기를 이겨 낸다는 것은 복음의 능력을 믿는 것이다. 오늘도 하나님의 말씀은 성도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목회자가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하는 것이다. 예전에 이 본문으로 설교를 했지만,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 이 본문으로 말씀하신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셋째, 설교는 성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적인 양식이다. 양식은 꼭 먹어야 한다. 성도들은 설교가 영적인 양식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목회자도 이 사실을 믿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간은 문제가 아니다. 길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짧아도 핵심적인 말씀만 살아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설교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설교는 오늘을 위해 선포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설교는 우리의 현실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것을 전하는 것이다. 설교는 평생을 두고 목회자 자신과 싸우면서 같이 가는 친구다. 설교는 우리가 영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영적 양식이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이도록 헌신해야 한다. 목회자는 그 일을 위해 부름받은 사람이다. 소형 교회나 대형 교회나 목회자의 본분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이것을 강력하게 믿을 때 쇠퇴하는 이 사회를 일으키는 등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