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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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화보 2018년  01월호 나는 멈추지 않고 기도하리라 세계의 신앙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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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멈추지 않고 기도하리라


오, 오, 주님!
당신이
나의 음성,
나의 호소,
나의 한숨,
그리고 나의 감사에
귀를 기울이시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당신은
나에게 귀를 기울여 주셨기 때문에
당신이 나의 감사를 들으실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고 기도하겠습니다!

- 키에르케고르
덴마크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짧은 기도시다. ‘실존’(exist)은 어원상 ‘밖에(ex) 있음’(ist)을 뜻한다. 내가 나인 것은 남이 나를 알아주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밖으로 나가 섬’이라는 뜻이겠다. 데카르트에게는 ‘회의하는’ 실존이 ‘나가 섬’의 존재일 것이다. 시인은 기도하며 결단하는 단독자를 실존으로 보았다.

 첫 연을 보자. “나의 감사에/ 귀를 기울이시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할지라도”라는 구절은 얼마나 외로운가. 마치 그의 저서 《공포와 전율》에 나온 아브라함 같은 단독자의 처지가 아닌가? 키에르케고르는 창세기 22장의 이야기를 인간 실존의 차원에서 분석하며, 신 앞에 선 단독자의 개념을 창안했다. 100세가 넘은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선물하신 하나님이 다시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시다니, 그것은 공포였을 것이다. 아브라함은 자신과 싸운다. “자기 자신과 싸운다는 것은 무서운 공포”다. 놀랍게도 아브라함은 이삭을 나귀에 태우고 모리아산으로 향한다. 여기서 ‘단독자’라는 개념이 나온다. 

 단독자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당신은/ 나에게 귀를 기울여 주셨기 때문에/ 당신이 나의 감사를 들으실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고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다짐을 한다. 짧은 기도문이지만 도저히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없고, 오히려 비합리적인 아브라함의 열정이 기도문에도 보인다.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서 아브라함이 보여 준 종교적 비약은 성숙한 인간이 되는 유일하고 진실한 길이다. 이 비약의 과정은 자기 자신을 떠맡음이며 신과의 독대다. 거룩하고 신성한 초자아를 향하고, 사모하며, 사랑하는 향일성(向日性)의 자세가 단독자의 삶이다. 아브라함은 절대자를 향한 일관된 향일성을 살아간 ‘믿음의 조상’이었다.

 가진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키에르케고르는 이러한 신앙의 소유자를 ‘신앙의 기사’(knight of faith)라고 지칭했다. 아브라함의 결단은 키에르케고르의 삶에서도 보인다. 아브라함의 결단과 키에르케고르의 다짐이 내 삶에서도 적용되기를 기도하는 첫 달이다.   

김응교 시인·문학평론가,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연세대학교(국문학, Ph.D.). 저서로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 《그늘-문학과 숨은 신》 등이 있다. 필자의 다른기사 keyboard_arrow_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