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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서 저를 만드셨는데, 이 작품이 썩도록 두시렵니까.
이제 저를 고쳐 주소서, 저의 종말이 급속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죽음은 나를 또한 빨리 맞으러 옵니다.
저의 모든 쾌락은 지나간 어제와 같은 것,
저는 이 흐린 눈을 어느 쪽으로도 돌릴 수가 없어요.
절망은 뒤에서 죽음은 앞에서
공포를 던지고, 제 연약한 육체는 그 속의 죄로 인하여
약해지고, 또 그 죄로 인해 이 육체는 지옥으로 떨어지려 합니다.
오직 당신만이 천상에 계시고, 당신의 승낙을 얻어
바라볼 수 있을 때, 저는 다시 일어납니다.
그러나 오래 묵은 교활한 원수는 이렇게도 저를 유혹하니,
단 한 시간도 저를 지탱할 수 없어요.
당신 은총의 날개로 원수의 술책에서 나를 막아주시고,
자석처럼 저의 쇳덩어리 심장을 당신께로 당겨주소서.
신앙을 주제로 쓴 시인이라 하면 17세기 영국의 형이상학 시인 존 던(John Donnee, 1572-1631)을 빼놓을 수 없다. 성공회 사제이자 시인으로 활동한 그의 시는 사랑과 죽음과 찬양을 주제로 한다. 특히 연애와 죽음을 다룬 시 〈거룩한 소네트〉는 19편의 연작 장시다. 이 소네트들은 대체로 죄, 죽음, 구원과 같은 무거운 신앙적 주제들을 다룬다. 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문제에 직면한 자신의 실존적 상황 앞에 두려워 떨며 신의 은총과 자비를 구하는 시인의 내면적 고뇌를 읽을 수 있다.
19편 중 첫 시를 읽어 보자. 시인은 “저의 종말이 급속히 다가오고 있습니다/저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죽음은 저를 또한 맞으러 옵니다”라며 다가온 죽음을 두려워한다. 왜 존 던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을까. 1347년 유럽에서는 페스트로 인해 2500만 명이 죽었다. 전 유럽 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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