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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궁금증을 유발하는 대화식 전도
- 2017년 4월호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데이비드 그레고리/ 포이에마/ 159쪽/ 9,900원

예수님이 어느 날 저녁 서울 종로의 한 레스토랑에 나타나신다면 어떨까? 그것도 불특정 다수가 아닌 나만 콕 집어 초대하신 자리라면 어떨까? 이 책에서 저자는 현실에선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을 소설의 양식을 빌려 말끔하게 연출한다. 대화를 통한 전도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만큼 흡인력이 대단하다. 흥미롭고 기발한 설정으로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복음을 감성적인 대화 나눔의 분위기에서 비신자의 눈높이와 정황에 맞춰 제시한다.
‘닉 코민스키’라는 이름의 평범한 비신자 직장인이 어느 날 ‘나사렛 예수’라는 낯선 존재로부터 저녁식사에 초대받는 첫 장면은 매우 흥미롭다. 그 후에도 이 책은 줄곧 ‘나와 대화 나누는 이 사람이 정말 그 예수인가?’라는 닉의 호기심을 이야기 전개의 주된 동력으로 삼는다.
자칭 예수와 악수를 나누는 순간, 닉의 코웃음 섞인 반감이 폭발한다. “거룩하신 주 예수님, 이제야 뵙게 되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우리 일행 열두 명은 함께 안 오셨나요?” “예수님께서 양복 차림으로 묻히신 줄은 몰랐습니다”(p.18).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고 전혀 튀거나 주제넘지 않았던”(p.25) 예수의 진중하고도 열린 자세에 친근감을 느끼면서 차츰 마음을 여는 닉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이 책에서 예수님이 시도하는 변증 전도에는 기독교 변증이 전도 현장에서 중시하는 웬만한 내용이 거의 다 들어 있다. 전도 대상자를 앞에 앉혀 놓고 그냥 쭉 전하는 내용이라면, 뻔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내러티브 양식의 극적인 플롯을 최대한 활용한 이 책은 비신자인 닉의 반론적인 질문들을 곳곳에 긴장감 있게 배치시켜 타 종교와 다른 기독교만의 독특성이나 무신론의 허점 등을 설득력 있게 풀어놓는다.
“힌두교가 선생이 알고 있는 세계와 맞아떨어지던가요?”(p.46). “혹시 당시 인도에서 고통이 너무 커서 부처 고타마 싯다르타는 그 고통을 합리화할 설명을 만들어 냈고, 그 고통을 누그러뜨리는 데 바탕을 둔 거대한 믿음 체계를 발전시킨 건 아닐까요?”(p.48). “알라 신은 인간의 마음속 깊은 욕망을 채워주지 않습니다. 인간을 이렇게 깊은 욕망을 지닌 운명으로 태어나게 하고는, 왜 그 욕망을 채워 주려 하지 않는 거죠?”(p.54).
같은 말이라도 어떤 세팅과 분위기에서 전해지는가에 따라 전달력은 천차만별이다. 변증 전도의 가장 좋은 세팅은 수평적인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대화의 자리다. 게다가 상대방이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라면 더욱 좋다. 성경에서 말하는 변증이 ‘대답’(벧전 3:15)이란 의미를 가진다면, 사람들이 먼저 호기심이나 의문을 갖고 묻게 해야 한다. 그렇게 묻게 만드는 것까지가 변증 전도의 방법론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교회는 상대방이 제대로 묻지도 않았는데, 매끄럽게 잘 정리된 대답만 일방적으로 냅다 들이부어 온 경향이 많았다. 교회 안에서는 신앙의 의문점들을 놓고 자유롭게 묻기보다는 적당히 덮어 놓고 믿는 게 더 은혜롭다는 분위기마저 용인되어 왔다.  
인류사에서 예수란 분만큼 희한하고도 신비로운 존재는 없다. 그러나 ‘예수’라는 이름이 흔한 종교 용어의 하나처럼 여겨지면, 사람들은 더 이상 예수님에 대해 의문이나 호기심을 갖지 않는다. 창조주를 떠난 피조물과 인격적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하나님이 직접 사람이 받을 형벌을 대신 받았다고 말하면서 예수님은 “닉, 내가 하나님입니다”(p. 86)라고 선언한다. 이 말을 듣고 닉은 ‘이 남자는 미치광이이거나 정말 뛰어난 배우이거나 아니면 정말로….’(p.87)라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대화에서는 하나님이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을 통해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독특한 삶과 사역과 부활이 증언된다. 성육신 사건은 사람들이 온갖 종교적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힘으로 얻으려고 애쓰는 신과의 인격적인 교감이나 연합을 하나님 편에서 완전한 선물로 주시기 위한 은혜의 통로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독교는 여러 종교 중 하나가 아니라, 사랑이신 하나님과 하나로 연합된 영생의 삶 그 자체라고 결론짓는다. 이 책의 마지막 대목에 등장하는 식탁 교제의 말씀(계 3:20) 또한 이 테마를 선포한다. 
책의 말미에는 예수님이 닉을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하신 이유가 밝혀진다. 닉의 부모가 이혼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이후 훗날 아버지가 죽었을 때 닉이 하나님께 “여기 와서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탄식했던 말을 예수님이 기억하셨고, 그때부터 그날 저녁의 만남이 계획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책에서 예수님은 전도 대상자를 대중의 한 사람으로 대하시지 않는다. 인격적인 한 개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시고, 그의 삶의 상황 안에서 그가 가진 질문에 대답하시며 그에게 맞는 복음을 알아듣기 쉽게 전하신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획일주의에 대한 거부’다. 교회가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고 획일화된 대중이 아닌 개개인의 인격체를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자 문턱을 낮추는 성육신의 섬김을 감당할 때, 복음이 세상에 더 널리, 더 온전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 필자 정보 - 안환균
그말씀교회 담임목사. 변증전도연구소장. 미국 풀러신학교(D.Min). 저서로 《당신에게 가장 좋은 소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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