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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성령의 기습 사건으로 목회의 열정을 회복하다 (광주사랑의교회 박희석 목사)
- 2017년 9월호

1. 목회자의 소명을 받으신 계기는 무엇인지요?
저는 모태신앙인입니다. 신앙은 제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교회 생활은 제 삶의 전부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교 가는 것보다 교회 가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학교 끝나면 교회로 곧장 달려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예배와 행사가 저에게는 크나큰 재미였고, 예배하고, 전도하고, 교회 봉사하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대학에 떨어지면서 잠시 갈등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인지 목회자의 소명을 받아들이는 일에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극적으로 목회에 대한 소명을 받았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큰 갈등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목사가 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목회자 보다는 신학대학교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꿈을 위해 7년 동안 미국 유학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총신대학교에서 교수로 사역도 하면서 광주사랑의교회 담임목사로 18년째 섬기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두 가지 일을 다 하도록 허락하셨습니다.

2. 목회 철학의 강조점과 교회 사역의 주안점은 무엇인지요?
광주사랑의교회 목회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선택받은 하나님의 백성인 동시에 세상으로 보냄받은 예수님의 제자’라는 명제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는 제자훈련을 통해 성도들로 하여금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인격과 삶을 갖추도록 돕고 세상으로 파송하는 일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성도들을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모아 놓고 그 중심에 목사가 서서 평신도들을 기계처럼 움직이도록 명령하는 시절은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평신도들이 사역의 주체가 되어 성도들을 양육하게 하고, 저는 그 뒤에서 성도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합니다.
가능한 성도들이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게 합니다. 진정한 영성과 사역은 교회 안이 아니라 일터에서 증명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제자훈련을 합니다. 그래서 제자훈련이 단순히 교회 안에서의 사역을 위한 훈련으로 끝나지 않고 일터 사역으로 확장되도록 합니다.
이러한 목회 철학은 우리 교회로 하여금 하나의 모험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교회의 슬림화 정책’입니다. 교회가 부흥하면서 예배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모두가 자연스럽게 크고 멋진 건물을 건축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일부 큰 교회들이 보여 준 아름답지 못한 모습들 때문에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습니다. 그 결과 교회 건축 재정을 학교에 기부하고 학교의 강당을 주일예배 공간으로 사용하는 분립 개척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가 비대해지면 제자훈련의 정신이 흐려져서 교회다운 모습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정해진 기한마다 분립 개척하는 원칙을 정하고 2016년에 처음으로 분립 개척을 실행했습니다. 80여 분의 성도들이 부목사님과 함께 인근 지역에 교회를 개척했고, 1년이 안 되었는데 벌써 자립했습니다. 교회를 분립하는 이유는 세상에 교회가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내 살을 떼어 주는 듯한 아픔이 있지만, 교회의 교회다움을 잃지 않고 더욱 건강하게 서기 위해서입니다.

3. 목회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약 5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광주사랑의교회에서 12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을 때였습니다. 그동안 제자훈련을 통해 교회의 체질이 변하고 많은 성도가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 눈에는 변하지 않는 몇몇 성도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성도들이 사랑스럽지가 않았습니다. 목회에 탈진이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10여 년 목회를 했으니 제가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예수원에서 이사회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사회 일정을 마친 후 저녁을 먹고 나니 저녁기도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문득 예수원은 어떻게 기도회를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야말로 구경하기 위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습니다. 10분쯤 지났는데 갑작스레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눈물은 이윽고 깊은 서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벽에 기대어 1시간 30분을 울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성령님의 기습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흐느끼는 가운데 성령께서 저의 죄를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목회를 하면서 제가 얼마나 교만했는지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날 밤에 통곡하며 회개했습니다. 진짜 문제는 변화되지 않는 성도들이 아니라, 성령을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 목회를 하려고 애를 쓰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도 거의 두 달을 울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목회에 대한 열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4. 개인 경건 훈련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목회자로서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기도와 말씀 묵상하는 일들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고, 저만이 가지는 특별한 기도 시간을 소개하겠습니다. 일주일에 1-2회 특정한 장소에서 기도를 합니다. 그곳은 본당 맨 앞자리입니다. 아무도 없는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강단에 우뚝 서 있는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기도를 합니다. 그 시간에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고 십자가에 집중합니다. 때로는 강단 앞에서 걷기도 하고, 때로는 엎드리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나눕니다. 오직 제 입술로 드리는 고백이 있다면 “예수님 사랑합니다”입니다.
이런 기도가 시작된 것은 예수원에서 성령님의 기습을 받은 후부터였습니다. 예수원 사건 이후 어떤 중보기도자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셔서 왔다고 하면서 저를 붙들고 한참 동안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목사님, 본당 맨 앞자리에서 기도를 하십시오. 성령님의 기름 부으심이 그곳에 넘칩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곳에서 기도를 합니다. 저는 그 기도 시간이 정말 좋습니다. 저의 모든 목회의 짐을 내려놓는 시간이고, 새 힘을 얻는 시간이며, 천상의 영광을 맛보는 시간입니다. 목회자로서 가지는 기도에 대한 의무감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희한한 일은 잠깐 앉아 있었던 것 같은데 많은 시간이 지나있다는 것입니다. 그 시간이 이 세상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큰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5. 최근에 읽은 책이나 영감을 준 책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최근에 12세기의 유명한 수도사이자 신학자였던 성 버나드의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어떤 선교사님이 소개를 해 주셨는데, 아마 하나님을 더 깊이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터라 곧바로 구입을 해서 읽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하나님 사랑의 본질은 무엇이며, 하나님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그 사랑을 묵상한다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갖게 되었습니다.
폴 투르니에의 《모험으로 사는 인생》은 저의 목회에 큰 획을 그어준 책입니다. 투르니에는 하나님의 본성 가운데 모험하시는 본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 부족한 것이 없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신 이유는 창조적 모험 본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하나님의 DNA를 인간이 물려받았기 때문에 인간도 모험을 즐긴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연명이나 하면서 살아서는 안 되고 믿음의 모험을 떠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1999년 여름에 친구 목사의 소개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광주사랑의교회로 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6. 설교의 기획부터 전달까지의 과정을 소개해 주십시오.
한 번 설교할 때 한 가지만 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준비합니다. 모든 목회자가 다 그렇듯이 저도 설교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늘 쫓기는 편입니다. 가끔 본문 강해설교를 하기도 하지만, 주로 주어진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설교의 주제와 본문을 정하는 편입니다. 일단 설교 본문이 정해지면 그 본문을 20번 이상 읽으며 본문과 씨름합니다. 먼저 본문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를 찾습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를 찾는데, 그것은 타락의 결과로 인간이 지닌 불완전성, 즉 죄성 혹은 연약함(Fallen Condition, FC)입니다. 어떤 본문이든지 그 본문 안에는 반드시 FC가 녹아 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우리가 말씀을 들어야 할 이유를 찾는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도 설교를 들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여전히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본문을 볼 때 인간의 죄성이나 연약함의 상태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고 찾아낸 FC 위에 그날 설교의 주제를 전개시켜 나갑니다. 설교자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라고 한다면, FC는 그 기차가 달리는 선로 역할을 합니다. 이 작업을 통해 설교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성도들로 하여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설교 말미에는 은혜 의식에 호소함으로 성도들이 교회 문을 나설 때 정죄감에 빠지지 않도록 합니다. 말씀대로 살고 싶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고 교회에 온 성도들을 말씀으로 또 정죄한다면 어떻게 성도들이 죄와 싸울 용기를 낼 수 있겠습니까? 오직 은혜만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은혜의 힘이 우리로 하여금 죄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설교 직후에는 반드시 말씀에 맞는 찬양을 하고, 함께 통성기도를 하면서 말씀대로 살아갈 힘을 간구합니다. 이 시간은 결단의 시간인 셈인데 우리 교회 성도들은 찬양을 하면서 많이들 우십니다. 저도 가끔 이 시간에 성도들과 함께 울기도 합니다.
저는 언제나 원고 설교를 합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녹화가 되고 있기 때문에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설교를 할 때까지 설교를 고치고 또 고칩니다. 아마도 유학 생활에서 습득된 습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7. 심방과 상담 사역의 원칙은 무엇인지요?
모든 성도의 가정을 다 방문할 수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부교역자들에게 주로 심방을 맡기고 있습니다. 저희는 ‘심방’이라는 말보다는 ‘목회 상담 사역’이라고 표현합니다. 가정을 심방할 때 형식을 갖춘 예배는 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따라서 심방대원들이 따로 없고, 가능한 목사 혼자 가도록 합니다. 심방을 받는 성도가 목사에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 가정에 꼭 필요한 성경 말씀을 찾아 권면하고, 이미 나눈 기도 제목을 가지고 축복하는 기도를 하도록 합니다. 심방 사역이 효과적인 사역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혹 교구장이나 순장이 동행하는 경우에는 분위기를 봐서 센스 있게 옆방으로 자리를 피하도록 하든지 해서 편안한 가운데 담당목사와 이야기를 하도록 돕습니다. 모든 상담 사역이 마찬가지겠지만, 심방을 가서도 부교역자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도록 일러둡니다. 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상담이라는 원칙을 지키도록 합니다.

8. 평신도 리더들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시는지요?
우리 교회는 행사나 친교 중심으로 사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와 양육과 훈련을 중심으로 사역을 합니다. 모든 교회 사역은 성도들의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순장들(소그룹 리더)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순장반 모임을 제가 직접 인도하면서 지난 주간 순원들의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그 다음 주에 있을 순모임(소그룹) 교재를 미리 공부하면서 준비합니다. 이 시간은 단순히 교육 시간이 아니라, 담임목사와 목회 비전과 계획들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물론 우리 교회에도 당회가 있습니다. 한 가지 특징은 시무장로의 정년이 70세까지이긴 하지만, 교회가 노화되지 않도록 7년 동안만 당회원으로 사역합니다. 그 후에는 위원회 사역과 양육 사역에만 참여합니다. 또한 사역의 실무적인 협력을 위해 12개의 사역위원회가 있어서 모든 사역이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고, 두 달에 한 번씩 위원장 모임을 통해서 각 위원회 사역을 조율합니다. 우리 교회에도 안수집사회, 권사회가 있지만 그 모임들은 교회의 여러 기관과 팀들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는 윤활유 역할만 합니다.

9. 부교역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독려하고 훈련하시는지요?
우리 교회는 부교역자 사역 중에 제자훈련 사역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부교역자로 부임하면 예외 없이 제자훈련 세미나를 다녀오고, 담임목사로부터 제자훈련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습니다. 이 교육은 우리 교회에서 지난 18년 동안 제자훈련을 하면서 쌓아 온 제자훈련에 대한 노하우를 매뉴얼화해서 전수하는 실제적인 교육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자훈련이 테이블 위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또한 담임목사로부터 설교에 대한 강의를 듣고, 설교 후에는 담임목사와 함께 설교 클리닉을 실시합니다. 설교를 통해 은혜를 끼치지 못하면 훈련과 사역은 물론 모든 일이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설교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서 어디를 가든지 설교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훈련시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사역을 보고하도록 합니다.

10. 목회 여정 가운데 큰 영향력을 끼친 멘토는 누구이며, 어떤 목회자가 되길 원하시는지요?
저의 인격과 목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은 고 옥한흠 목사님입니다. 저의 설교와 제자훈련을 비롯한 모든 목회 영역에 옥 목사님의 가르침이 녹아 있습니다. 물론 옥 목사님이 돌아가시면서 제자훈련에 대한 큰 숙제를 남겨 놓고 가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목회자가 가는 길은 어떠한 길이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신 분이십니다. 따라서 옥 목사님 사진을 제 책상에 놓고 시시때때로 보면서 저의 목회를 가늠하곤 합니다.
목사다운 목사가 되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저에게는 대단한 비주얼도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정치력도 없습니다. 황소 같은 체력도 없습니다. 그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한 목사가 되려고 늘 은혜를 구합니다. 나중에 예수님 앞에 갔을 때 큰 상은 받지 못해도 두 달란트 받은 종처럼, 예수님께로부터 “너 참 수고 많았다”라는 칭찬을 듣는 목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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